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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아인 등친 농아인 사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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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아인 등친 농아인 사기단

입력
2017.02.09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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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익ㆍ복지혜택 내세워 유혹

거부하거나 탈퇴엔 회유ㆍ협박

고금리 대출받아 투자 생활고

일당 36명… 범죄단체혐의 적용

농아인 투자사기조직 ‘행복팀’에 당한 여성이 9일 경남 창원중부경찰서 앞에서 수화를 하며 눈물을 떨구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농아인 투자사기조직 ‘행복팀’에 당한 여성이 9일 경남 창원중부경찰서 앞에서 수화를 하며 눈물을 떨구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500명이 넘는 농아인에게 280여억원의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농아인으로 구성된 사기 조직단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남 창원중부경찰서는 사기와 범죄단체조직 등 혐의로 농아인 사기 조직 ‘행복팀’ 총책 김모(44)씨와 중간책임자 등 8명을 구속했다. 또 이들의 지시를 받아 피해 농아인들을 회유ㆍ관리한 조직원 2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은 “일반 유사수신행위와 비슷하지만 조직적으로 범행이 이뤄져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해 구속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2010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행복팀을 운영하며 아파트나 공장 등에 투자하면 고수익과 함께 장애인복지관 이용 등 각종 복지혜택도 보장한다고 농아인 500여명으로부터 280여억원 상당을 가로챘다.

조사 결과 이들은 같은 처지의 농아인들이 폐쇄된 사회생활을 하고 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교류하는 특성을 교묘히 이용했다. 조직원들에게 충성 맹세를 강요했고, 투자를 거부하거나 조직을 탈퇴하려는 농아인들에게는 단체로 몰려가 협박을 하기도 했다.

피해 농아인 대부분은 형편이 어렵고 금융지식도 부족해 제2금융권에서 높은 이율로 집·자동차·휴대폰담보대출과 신용카드대출 등으로 돈을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행복팀 조직원들은 보호자를 사칭해 농아인들이 대출할 때 금융기관에 동행, 투자금을 송금하게 하거나 현금으로 받아갔다. 이 과정에서 ‘일반인 투자가 99%이며 농아인 투자는 1%에 불과하지만 혜택은 똑같이 받는다’ ‘3개월 이내에 투자금의 3∼5배를 돌려주겠다’ ‘집, 고급 외제차, 연금도 나온다’고 농아인들을 속였다.

경찰은 “피해 농아인들은 매달 높은 이자를 납입하느라 생활고에 시달린 반면, 조직 총책 김씨는 고급 전원주택에 살면서 수억원대 외제차 20여대를 수시로 바꿔탔고 수백만원대 명품 옷을 입는 등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역대표들 주거지 등에서 현금 약 7억원과 범행에 사용된 통장 160여개를 압수했다.

게다가 농아인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농아인협회 일부 간부는 김씨에게 자신 명의로 외제차를 구매해 주거나 경찰 추적을 받을 때 은신처를 제공했고, 시도협회장 1명은 조직 운영과 투자금 갈취 등 혐의로 구속되는 등 범행에 연루됐다.

창원=이동렬기자 d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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