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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최순실 수사로 “잃어버린 4개월… 이재용 혐의 새로울 것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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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최순실 수사로 “잃어버린 4개월… 이재용 혐의 새로울 것 없어”

입력
2017.02.15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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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영장 재청구에

재계 “걸쳐놓기식 수사 느낌”

“안종범 수첩은 위법한 수집물, 증거 능력에 문제”의견서 제출

“최순실 게이트로 검찰이 대기업을 털기 시작한 게 벌써 4개월째이다. 한 해 사업을 결산하고 새 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손발이 묶여 있다. 경제도 어려운 상황에 한 분기를 통째로 날려먹은 셈인데, 어쨌든 수사가 빨리 마무리되길 바랄 뿐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하루 앞둔 15일 한 대기업 관계자가 쏟아낸 불만이다. 수사 대상에 오른 기업들은 물론이고, 재계 전체 분위기가 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꽁꽁 얼어붙었다. 재계에선 ‘잃어버린 4개월’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해 11월8일 검찰의 첫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4개월째 강도 높은 수사를 받고 있는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재청구되며 다시 비상이 걸렸다.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던 이 부회장의 특검 재소환 때와 달리 한층 결연한 분위기라는 게 내부의 전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특검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5가지 혐의 중 재산해외도피, 범죄수익은닉 등이 추가 됐는데, 새롭게 밝혀진 사실관계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1차 영장 청구 때와 달라진 점은 삼성전자와 비덱스포츠 간의 용역계약 체결이나 삼성전자가 말을 구입하기 위해 독일로 송금한 것에 대해 새로운 죄명만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특검이 포괄뇌물 혐의와 제3자 뇌물 혐의 등 무더기로 혐의를 적용하면서 어느 하나는 걸리지 않겠느냐는‘걸쳐놓기식’ 수사를 한다는 느낌이 든다”며 “특검이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이 부회장 구속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무리수를 둔다는 점은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한 2차 구속영장의 증거로 제출한 안종범 전 대통령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39권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이들 수첩은 안 전 수석의 보좌관이 제출한 것으로 법적 증거로 인정받기 위해선 안 전 수석의 임의제출 동의서 서명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안 전 수석은 서명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로 그의 변호인측은 위법수집물의 증거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서를 이미 법원에 제출한 상태다.

삼성이 4개월째 특검에 옥죄이며 느끼는 위기감은 심각한 수준이다. 당장 삼성전자가 9조원을 투자한 미국의 전장(電裝) 기업 하만의 임시주주총회가 17일 열린다. 삼성전자와 인수합병(M&A) 건을 처리할 계획인데 M&A를 주도한 이 부회장의 부재는 최종 계약 성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상반기 중 추진을 목표로 했던 지주사 전환 등 지배구조 개선 작업도 난항이 예상된다. 그룹의 방향성을 결정 짓는 대대적인 조직개편, 사장단 인사, 기업문화 혁신 작업 등은 무기한 연기됐고 올해 투자와 상반기 채용 규모 계획 조차 세우지 못한 상태다.

SK그룹은 올해 17조원의 투자 계획을 세우고, 반도체와 화학 분야에서 공격적인 M&A를 벌이고 있지만 정작 최태원 회장은 출국 금지 상태로 해외 사업장을 챙기지 못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최순실 게이트 이전인 지난해 6월부터 4개월간 비자금 조성ㆍ탈세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를 받은 바 있어 9개월째 비상 체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은 4개월째 출국 금지 상태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와 상관없이 삼성은 기업 이미지와 신뢰도 등에서 이미 심각한 상처를 입은 상황인데, 재계 전체에 미치는 후유증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측할 수 없는 게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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