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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공수처 공약은 지켜져야 한다

입력
2017.12.24 12:49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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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과 탄핵을 겪으면서 우리 국민들이 목도한 적폐의 핵심은 한마디로 ‘통제되지 않는 고위 공직자들의 권력 남용’이다.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으로 기업인들을 겁박하여 측근의 사익을 채웠으며, 청와대 비서진 등 많은 고위 공직자는 청탁과 이권에 개입하였고, 부정한 돈을 상납받았다. 이것을 조사하여 처벌해야 할 검찰이나 감사원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심지어 이들의 비위를 조사하려던 특별감찰관은 도리어 뒷조사를 당하고 감찰 관련 자료를 압수수색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우리 사회에서 ‘고위 공직자들의 권력 남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주요 권력기관들의 상호 결탁이다. 특히 검찰은 다른 권력기관들 비위에 대하여 엄정한 법 집행을 책임지고 있는 법치주의의 중추 기관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이른바 ‘정무(政務) 감각이 있는’ 검사들이 권력자들에 의해 중용되면서, 검찰은 권력의 남용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게 되었다.

검찰은 그 직무의 특성상 정무적 판단보다는 법치주의를 지켜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고위공직자들 부패의 정점에는, 이들의 비리를 법치주의가 아닌 정무적 시각에서 처리해 온 일부 ‘정치검사들’이 서 있다. 이러한 정치검사들은 그 보답으로 행정부의 주요 고위 공직자로, 청와대 비서진으로, 나아가 국회의원으로 출세가도를 달렸다. 그 결과 검찰은 권력에 대한 견제수단이 아니라 도리어 그 부역자로서 개혁 대상 1번으로 지목되었고, 지난 대선에서 주요 후보자들이 검찰개혁과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을 공약하였다.

공수처가 설치되면 검찰권력은 분명 지금보다 약화되는데, 이것이 검찰에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을 처리하며 각종 외압에 시달릴 필요 없이, 우리사회의 정의실현과 민생을 위한 법 집행이라는 검찰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진행 중인 검찰의 의욕적인 적폐수사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국민도 많이 있지만, 이것은 또 다른 정치보복이고 검찰권의 남용이 아니냐고 반대하는 국민도 있고, 검찰 내부에서도 피로감을 호소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것은 당연하다. 왜냐하면 검찰이 자기 본연의 업무를 모두 제쳐둔 채 고위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적폐수사에 몰두하는 것보다는, 이러한 사건만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기관이 평소에 상시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그 기관이 바로 공수처다. 공무원의 청렴도가 높기로 유명한 싱가포르의 비결은, 공직자들의 비리 조사를 위해 ‘탐오조사국(貪汚調査局, Corrupt Practices Investigation Bureau, CPIB)’을 검찰ㆍ경찰과 별도의 수사기관으로 상시 가동하고 있기 때문이고, 홍콩과 호주의 ‘염정공서(廉政公署, Independent Commission Against Corruption, ICAC)’도 마찬가지다.

권력은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 과거 유신독재 시절에 오히려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가 지금보다 적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적어도 당시에는 주요 국가권력 상호간 견제와 균형이 작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권력기관들이 상호 결탁하면서 국익보다는 각자 조직의 이익을 추구하며, 사적 이익을 채우고도 제대로 견제받지 않는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들의 비리를 상시 감시하고 처벌하여, 우리나라의 청렴도와 국가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데에 기여할 것이다.

공수처는 검찰, 경찰, 국정원에 비해 정치적 외압을 받지 않는 기관으로서, 처장의 임명 절차를 비롯하여 조직과 운영에 있어서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권력기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이와 같은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국회 입법 과정에 잘 반영되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모습으로 공수처가 조속히 설치되기를 촉구한다.

김제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ㆍ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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