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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덕이는 국과수… 부검 느는데 법의관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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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덕이는 국과수… 부검 느는데 법의관 줄어

입력
2017.07.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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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관 처우 제도적 개선 시급” 지적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검안ㆍ부검을 담당하고 있는 법의관 인력난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은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사건 당시 국과수 직원들이 참사 희생자 시체와 유류품을 감식하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검안ㆍ부검을 담당하고 있는 법의관 인력난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은 2003년 대구지하철 방화사건 당시 국과수 직원들이 참사 희생자 시체와 유류품을 감식하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의대에서 법의학 전문 인력이 제대로 양성되지 않으면서 그 불똥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으로 튀고 있다. 법의관 인력이 줄어들면서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이것이 퇴직 등으로 이어지며 인력 부족을 가중시키는 악순환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6일 국과수에 따르면 현재 이곳에서 일하고 있는 법의관은 31명으로 정원(38명)에 한참 못 미친다. 국과수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정년퇴직 1명을 포함해 5명의 법의관이 퇴직하하면서 정원 부족을 심화시켰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력이 줄어들고 있는 반면 부검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2010년 3,543건이었던 부검횟수는 2012년 5,150건, 2014년 6,172건, 그리고 지난해에는 7,772건으로 늘었다. 6년 새 2배 이상 불어난 것으로, 법의관 1명당 1년에 250건 이상 매달려야 한다는 얘기다. 유성호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지난해 충북 증평에서 타살이 자살로 처리되는 사건 등이 발생한 이후 경찰이 ‘변사에 관한 업무지침’을 개정, 검안과 부검 대상을 확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인력난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퇴직자는 더욱 증가하는 양상이다. 전직 법의관 A씨는 “법의관 1명이 퇴직하면 남아 있는 사람들이 업무를 나눠 하거나, 그마저도 힘들면 다른 지역 법의관이 자리를 메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최근 옷을 벗은 법의관들이 대부분 입사 3, 4년차로 업무 폭증이 영향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법의관은 “현재 세월호 인양 후 희생자 신원확인을 위해 목포항에 법의관들이 상주하고 있다”며 “목포에서 고생하고 있는 법의관은 물론, 이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업무를 분담하고 있는 법의관들이 여름휴가나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형사사건 등 각종 사건과 관련된 부검ㆍ검안이 증가하면서 일반인 부검이 지연된 유가족들의 민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국과수는 조만간 인력 충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충원할 수 있는 인력풀이 제한된 상황에서 근본적인 문제 해소 없이는 이런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B법의관은 “소명의식을 갖고 국과수에 들어와도 경제적인 문제, 업무 가중 등 때문에 오래 버티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법의학계에서는 법의관 처우 개선을 위한 전문적 행정체계를 개설하고, 초과근무 수당 제한을 폐지하는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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