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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비환 칼럼] 촛불혁명, 새로운 사회계약을 제시하다

입력
2017.01.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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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사회는 구체제와 신체제의 갈림길에 서있다. 어느 쪽도 쉬운 길은 아니다. 현재의 위기를 적당히 덮고 구체제를 유지하면 기존의 적폐에 새로운 폐해가 겹쳐 더 큰 위기가 닥쳐올 것이 뻔하고, 신체제 건설은 기득권층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혀 좌절될 개연성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양자택일은 우리 국민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연인원 천만 명을 넘어선 촛불집회는 국민이 새로운 체제 건설을 선택했다는 명백한 증거로 볼 수 있다. 사유화된 권력의 횡포가 도를 넘고 불의와 탈법이 난무하는 구체제를 불살라 정의로운 신체제를 밝히겠다는 혁명 의지를 쉼 없이 내뿜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상 구체제는 영악한 소수의 강자들이 취약한 다수에게 강요한 불공정한 사회계약의 결과였다. 낡은 사회계약이 세웠던 사회는 힘 있는 세력들의 결탁에 의한 권력과 부의 독점, 편법과 반칙을 이용한 기득권의 유지ㆍ확대, 약자들에 대한 착취와 억압, 비주류에 대한 배제와 차별이 횡행한 약육강식의 정글사회였다. ‘선성장 후분배’ ‘낙수효과’ ‘복지망국’과 같은 구호들이 이 체제를 지탱했고, 경쟁과 효율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가 힘을 보탰다. 요컨대, 금수저들의 낙원과 흙수저들의 ‘헬조선’이 보이지 않는 벽을 쌓고 공존하는 곳, 이것이 바로 낡은 사회계약이 낳은 사회였다.

촛불혁명이 제시한 새로운 사회계약은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이 호혜적으로 공생하는 공정사회를 지향한다. 더 나아가 사회협력의 혜택과 부담이 각인의 능력과 형편에 따라 공평하게 분배되고, 독점과 지배, 착취와 차별이 해소되어 만인이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며 두터운 연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따뜻한 정의사회를 염원한다.

신체제 건설은 어디서 시작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편법과 반칙이 통하던 시대는 지났으며 상호존중과 페어플레이 정신만이 공존공영의 새 시대를 열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널리 확산돼야 한다. 그래서 권력층, 재벌, 거대 언론 등 기득권층도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여 신체제 수립에 동참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정치권과 법조계는 환골탈태의 자세로 사유화된 권력이 훼손한 민주공화국의 재건에 나서야 한다. 헌법에 천명된 민주공화국은 1인1표로 상징되는 정치적 평등원칙, 권력에 대한 국민의 지속적인 통제, 분립된 권력들의 견제와 균형, 법의 지배에 의한 자의적인 지배의 방지, 파벌 이익이 아닌 공동선의 추구, 부패에 대한 혐오, 선공후사의 시민정신이 기조를 이룬다. 이런 원칙과 제도들에는 모든 시민을 동등하게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는 엄숙한 도덕적 요청이 깔려있다. 그러므로 온전한 민주공화국의 수립만으로도 정의사회의 견고한 토대가 구축될 수 있다.

새로 출범한 국회 개헌특위는 시민사회와 더불어 촛불혁명의 정신을 새 헌법에 오롯이 담아내야 한다. 현재의 권력구조는 민주적 책임성과 반응성을 충분히 담보하지 못하고, 소선거구제ㆍ다수대표제는 시민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골고루 반영할 수 없다. 지자체들 또한 독립성과 자율성을 충분히 누리기 어렵고, 국민은 국민대로 주권자에 합당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 따라서 권력구조 중심의 단편적인 개헌을 넘어 정의로운 민주체제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틀을 다시 짜야 한다.

국민은 반드시 민주적 법치국가 이념에 투철한 유능한 리더십을 세워야 할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헌법과 국가시스템도 봉건적인 의식에 젖은 지도자가 불통과 무능, 독선과 아집의 리더십을 보이면 민주공화국의 위기를 막기 어렵다. 그러므로 국민은 혈연 지연 학연과 같은 비합리적인 요인이나 그릇된 편견에 휩쓸리지 말고 민주공화국 재건에 헌신할 수 있는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 아울러 나라의 주인으로서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신체제 건설을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삯을 주고 부리는 일꾼들이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지 않고 맡겨진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게 만들 책임은 결국 국민에게 있기 때문이다.

김비환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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