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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 올인 피하고 유연한 협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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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 올인 피하고 유연한 협상하라

입력
2015.06.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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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에만 집착하다 다른 주요 이슈는 제자리 걸음

일본 수산물 규제 한발 양보 등 먼저 주도권 쥐고 현실적 접근을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 벳쇼 주한일본대사, 조태용 외교부 차관 등과 함께 입장하며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기념 리셉션에 벳쇼 주한일본대사, 조태용 외교부 차관 등과 함께 입장하며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22일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행사에 교차 참석한 것을 계기로 양국 관계 진전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크다. 올 하반기에 정상회담을 성사시켜 관계개선의 확실한 전기를 마련하는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하지만 변수도 많다.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여전히 넘어야 할 걸림돌이 도처에 잠복해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 정부가 쟁점 현안에서 주도권을 잡고 리드할 때에 양국 정상이 밝힌 대로 한일관계는 미래와 협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10월 이후 한일 정상회담도 가능

수교 50주년 행사를 끝낸 한일 양국의 시선은 정상회담에 맞춰져 있다. 한일관계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확실한 변곡점이기 때문이다. 2011년 11월 이후 4년간 양국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았고, 그 사이 한일관계는 파열음을 지속해왔다.

외교가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식은 두 가지다.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을 열거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통해 한일 정상이 따로 만나는 것이다. 3국 정상회담의 경우, 9월에 중국의 항일 70주년 기념식과 시진핑 주석의 방미 일정이 잡혀 있어 10월 이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APEC및 주요20개국(G20)정상회의 등 한일 정상이 참석하는 다자회의는 11월에 몰려있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정상회담 시나리오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진창수 세종연구소장은 23일 “미국의 압박과 한일 양국의 관계개선 필요성 등 정상회담의 동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물론 환경이 그리 낙관적인 것은 아니다. 22일 서울에서 열린 행사에 아베 총리가 축사를 보냈지만 과거사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없었던 것이 단적인 예다. 진 소장은 “박 대통령은 관계 정상화 생각은 있지만 적극적인 의지가 없고, 아베 총리는 그런 의지마저도 훨씬 더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위안부 해법과 아베 담화, 우리가 주도해야

전문가들이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도 전망에 대해서는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은 건 발목을 잡는 이슈가 많기 때문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한일 정상의 쇼맨십이 통했고 분위기도 바뀌었지만 실제 제대로 된 것은 하나도 없다”고 평가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한일간에 물꼬는 텄지만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순풍은 불었지만 배는 아직 항구를 뜨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위안부 문제와 8월에 아베 총리가 발표할 담화가 변수다. 위안부 문제의 경우 이미 논리적으로 해결할 단계를 지났기 때문에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 대다수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을 어느 선에서 인정할 것인지는 양국 협상 테이블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양기호 교수는 “이러다 위안부 해법을 제대로 도출하지 못한 채 정상회담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전문가들은 정부가 위안부 해결에 ‘올인’하는 현재의 전략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현상타개책을 제시하고 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양학부 교수는 “한가지 이슈가 안 풀린다고 모든 게 안 된다는 외교적 자세는 대단히 위험하다”면서 “위안부 문제가 아니더라도 대북공조 등 한일관계 진전으로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게 많다”고 지적했다. 독도, 교과서 문제 등 일본을 상대로 서로 연계돼 있는 여러 카드를 위안부 문제만 고집하다가 우리 스스로 포기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국내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선결과제다. 그래야 일본과의 협상에도 힘이 실리고, 협상이 일단락된 후에 불어 닥칠 후폭풍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진창수 소장은 “정부가 위안부 할머니와 전문가들을 두루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논의를 하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며 “우리 내부의 확고한 동의 없이 일본만 상대하는 건 능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8월 담화 발표를 앞두고 아베 총리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정부의 수세적 태도도 문제다. 담화 내용에 따라 한일관계가 휘둘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는 일본에 끌려 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자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최강 부원장은 “일본에 대한 도덕적 우위를 바탕으로 우리가 먼저 공세적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며 “일본이 버티더라도 이번 윤병세 장관의 방일처럼 먼저 손을 내미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본과 주고 받으면서 관계 끌어올려야

그 동안 한일관계가 경색된 이면에는 국가간의 정상적인 ‘딜’이 거의 없던 탓이 크다. 주고 받는 게 없으니 강성 일변도로 흐르고, 돌발사안이라도 터지면 급속히 분위기가 얼어붙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이 대목에서는 정부가 일본 수산물 수입규제를 풀어 한발 물러서는 현실적 외교기법을 조언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그러면서 대화의 동력을 이어가자는 것이다. 양기호 교수는 “우리가 설정한 수입장벽을 낮추면서 먼저 양보한다면 위안부를 비롯한 다른 사안을 논의하는데 한결 수월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k.co.kr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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