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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접종도 안 하다니…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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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방접종도 안 하다니…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논란

입력
2017.05.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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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 없이 아이 면역력 높여야”

인터넷 카페 회원 6만명 달해

유치원ㆍ어린이집 접종 확인에도

사유서 제출만… 전염 가능성

일부에선 “안아키 의심 아이들 적극적으로 찾아내 격리해야”

직장인 이진원(35)씨는 최근 네 살배기 딸이 다니는 유치원 원장과 말다툼을 했다. 유치원에 다니고 있는 모든 아이들의 필수 예방접종 확인 서류를 공개해달라는 이씨에게 원장은 “개인정보라 알려줄 수 없다, 곤란하다”고 맞섰다. 이씨가 갑자기 아이들의 예방접종 정보를 확인하겠다고 나선 건 인터넷 커뮤니티 ‘안아키(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의 존재를 알게 됐기 때문이다. 아이가 아파도 병원에 데려가거나 약을 먹이지 않는 것은 물론 국가가 지정한 필수 예방접종조차 하지 않는 부모들이 있다는 사실에, 이씨는 “전염병 예방접종도 안 한 아이가 내 아이와 한 공간에 있으면 어떡하냐”고 불안해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맘(mom) 카페를 중심으로 안아키 카페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면서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안아키는 백신 접종이나 병원 치료 없이 아이의 자연 면역력을 높여 키우자는 내용의 커뮤니티로, 2013년 개설돼 회원이 6만명에 달할 정도였다.

문제는 이곳이 극단적인 자연주의 치료법을 권장하고 사용한다는 것. 한의사로 알려진 운영자가 열이 끓어 경기(驚氣)를 일으키는 아이에게 해열제를 먹이지 말고 소금물로 관장을 한 뒤 손발에 피를 내야 한다고 하거나, 화상을 입은 부위에 40도 더운 찜질을 해야 한다는 등 상식 밖의 치료법을 소개해 ‘아동학대’ 논란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부모들이 가장 걱정하는 점은 단체생활에서의 전염 가능성이다. 안아키 아이들은 예방접종을 받지 않아 홍역이나 수두 등의 전염병 감염 확률이 높은데다, 병에 걸린 후에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병균을 퍼뜨리기 쉽다는 것이다. 모든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이 등록 시 예방접종확인서를 내도록 하고 있지만, 안아키 부모들은 사유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아이들을 정상적으로 해당 기관에 보내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홍역의 경우 미접종률이 5~10%만 넘어가도 유행으로 번지기 때문에 단체생활에서 예방접종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부모는 안아키로 의심되는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내 격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기 성남시의 한 유치원에서 근무하는 김모(30)씨는 이틀 전 “OO이 피부 발진이 심하던데, 혹시 모르니 우리 아이와 같이 못 놀게 해달라”는 학부모의 전화를 받았다. 김씨는 “지적당한 아이는 원래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아이였다”며 “부모들의 과도한 걱정이 아이들 사이에서 차별이나 따돌림으로 이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회원 수 260만명에 달하는 한 맘 카페에는 ‘아이들 예방접종 여부를 공개하도록 민원을 넣자’ ‘(안아키로) 의심되면 당장 쫓아냅시다’ 등의 격앙된 글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논란이 거세지면서 현재 안아키 카페는 막힌 상태다. 대한한의사협회에서 2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포털 사이트에 ‘한의사들이 보기에도 카페를 운영하는 한의사의 치료법엔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해당 카페를 폐쇄해 달라고 요청하자, 운영자가 스스로 카페를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인 아동학대방지시민모임은 “필수 예방접종을 안 하거나 아이가 아픈데도 그대로 방치했다는 증거들을 수집해 일부 (안아키) 카페 회원을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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