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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기를 위해 선택한 긴 여정... 내 열정을 확신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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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기를 위해 선택한 긴 여정... 내 열정을 확신했죠"

입력
2018.04.16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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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세번째 한국인 정단원이 되는 발레리나 박지수. 무엇이든지 다 해내겠다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김주성 기자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세번째 한국인 정단원이 되는 발레리나 박지수. 무엇이든지 다 해내겠다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다. 김주성 기자

“주변에서 정말 많이 말렸는데, 저는 확신이 있었어요. 다시 학교로 돌아가 발레 이론, 해부학까지 배울 게 너무 많았거든요.”

최근 만난 발레리나 박지수(20)의 답변은 겸손하면서도 소신으로 똘똘 뭉쳐져 있었다. 박지수는 2015년 2월 스위스 로잔 발레콩쿠르에서 2위를 한 뒤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연수단원으로 입단했다. ‘꽃길’만 펼쳐질 것 같았는데, 곧 발레단 부설 존 크랑코 발레학교로 내려갔다. 대학 캠퍼스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다 다시 고3 수험생으로 돌아간 셈이다

연수단원은 연말쯤 정단원 여부를 통보받는다. 탈락했다. 열일곱 어린 나이라 타향살이는 버거웠고 무대 경험은 부족했다. 발레단 해외 공연 때는 나이 제한 때문에 아예 참여하지 못했다. 보통 주니어발레단로 옮기는데, 박지수의 선택은 학교였다. 모두 말렸지만, 박지수의 대답은 요지부동이었다. “나를 다시 처음부터 튼튼하게 짓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2년의 시간을 보낸 끝에 박지수는 9월부터 시작되는 2018-2019 시즌에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정단원으로 합류했다. 박지수의 학교 생활을 지켜본 리드 앤더슨 발레단장이 “좋은 무용수로 성장할 가능성을 확신하게 됐다”고 직접 이야기했다 한다. 이례적인 일이다. 박지수는 “입단 제의를 받았다 하니 학교 선생님이 ‘너무나 긴 여정이었다’며 안아주시는데 정말 울컥했다”고 말했다.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은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이 30년 간 활동했던 곳이어서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박지수는 강수진, 강효정에 이어 이 발레단의 세 번째 한국인이다.

열정과 도전, 박지수 발레 인생의 키워드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무용을 처음 접했다. 중학교 3학년 때에야 체계적으로 발레를 배웠다. 제대로 배우고 싶어 부산에서 서울로 홀로 상경했다. 연습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아예 중학교를 그만뒀다. 검정고시를 봤다. 서울예고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원에 합격했고 로잔 콩쿠르에서 입상했다.

그 여정이 쉽진 않았다. 자정 무렵 연습실 불이 꺼지면 ‘발레리나 박지수’는 ‘자취생 박지수’로 변신했다. “집에 가면 무용복 빨고, 토슈즈 꿰매고 할 게 산더미였죠. 혼자 해내야 할 일이 많았던 건 맞지만, 제가 다 혼자 한 건 아니에요. 부모님의 신뢰가 없었다면 절대 해낼 수 없었을 거예요.” 그렇게 꼭 움켜쥐고팠던 발레였기에 독일에서의 첫 실패는 쓰라렸다. 대신 배운 것도 있다. 발레를 즐기는 법이다. “한국에선 할 일이 너무 많아 춤이 마치 해치워야 하는 숙제 같았다면, 독일에서는 춤의 소중함을 알게 됐죠. 동시에 제 춤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볼 수 있었어요.”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정단원이 된 발레리나 박지수. 겉과 속이 모두 아름다운 발레리나를 꿈꾼다.김주성기자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정단원이 된 발레리나 박지수. 겉과 속이 모두 아름다운 발레리나를 꿈꾼다.김주성기자

꿈꾸던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의 무대는 행복 그 자체다. 박지수는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엔 뭐든지 “그렇다”고 답했다. 발레단 정단원 데뷔 무대도 이미 슬쩍 끝냈다. 지난해 말 ‘백조의 호수’ 중 고난도 기교가 필요한 ‘네 마리 백조’ 군무로 무대에 섰다.

박지수는 ‘춤은 곧 내면’이라 믿는다. “겉과 속이 다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어요. 요즘은 검소한 삶에 관심이 많아서 옷도 팔았어요.(웃음) 무대에서 당당하게 즐길 수 있는 만큼 더 열심히 연습해야죠.” 한국을 빛낼 차세대 발레리나의 다짐이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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