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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앞둔 법원 공무원의 인생사, 동료들 후원에 수필집으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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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앞둔 법원 공무원의 인생사, 동료들 후원에 수필집으로 나와

입력
2018.03.11 15:46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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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법 근무 박희우 사무관

전국서 250여명이 출판비 보내

내부망에 올린 글 중 80편 골라

‘자넨 언제 판사하나’ 출간

정년 퇴임을 앞두고 수필집'자넨 언제 판사하나'를 펴낸 창원지법 박희우 사무관. 박희우 사무관 제공
정년 퇴임을 앞두고 수필집'자넨 언제 판사하나'를 펴낸 창원지법 박희우 사무관. 박희우 사무관 제공

정년퇴직을 앞둔 법원 공무원이 전국에서 보내 준 동료 공무원들의 도움으로 수필집을 냈다.

작가로 인생 3모작을 시작하는 주인공은 창원지방법원에서 근무하다 오는 6월 퇴임을 앞두고 공로연수 중인 박희우(60) 사무관.

법원 내에서 이미 인기 작가로 이름을 떨친 그는 지난달 말 30년 동안 법원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틈틈이 쓴 1,000편이 넘는 수필 중 80편을 추려 ‘자넨 언제 판사하나’란 제목의 수필집을 내면서 정식 작가로 데뷔했다.

7남매 가운데 여섯째인 그는 가족사와 함께 법원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겪은 세상사를 글로 녹여냈다.

"큰 형님은 입대 후 돈을 벌겠다며 베트남전에 참전했어요. 동생들은 꼭 중학교에 보내라는 말을 남기고…, 둘째 형은 열일곱 살 때부터 남의 집 머슴을 살았습니다. 셋째 형은 저를 포함한 두 동생에게 '너희는 공부만 열심히 하라'는 말과 함께 원양어선을 타러 떠났습니다."

형들 뒷바라지 덕분에 그는 창원대 법학과에 입학했고 1988년 법원 서기보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다.

그는 “시골에 계셨던 큰형님은 제가 언젠가 승진해 판사가 될 줄 알고 ‘자네 언제 판사 되나’라고 묻곤 하셨다”며 “저를 아껴 주고 자랑스러워한 큰형에 대한 고마움에 표시하고자 책 제목을 정했다”고 말했다.

또 법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판사, 이혼으로 가정에 위기가 찾아온 부부, 빚에서 해방되려는 채무자, 격무와 민원처리로 바쁜 하루를 보내는 법원 직원 등도 책의 소재가 됐다.

퇴직을 앞둔 박 사무관이 첫 수필집을 펴낸 것은 전국에서 보내 준 동료 직원들의 ‘작가 만들기 프로젝트’가 계기가 됐다.

그는 2002년 첫 수필을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올리기 시작해 지난 15년 동안 쓴 수필이 1,000편이 넘는 등 법원 내부에선 오래전부터 인기 작가였다.

주로 새벽에 일어나 글을 썼다는 그는 “재능은 없지만 대학생 때부터 글 쓰기에 재미를 붙였다”며 “새벽 5시쯤 일어나 2, 3시간 걸려 수필 한 편을 완성하고 출근 후 일과를 시작하는 9시 전에 코트넷에 수필을 등록했다”고 말했다.

그의 글은 전국의 법원 가족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고, 그가 법원을 떠난다는 소식을 접한 전국의 법원 공무원들은 “이제는 우리가 선물을 해야 한다”며 지난해 12월 ‘박희우 작가 만들기 프로젝트’를 자발적으로 추진했다.

권순일 대법관부터 속기사에 이르기까지 전국 곳곳에 근무하는 법원 가족 250여 명이 출판에 필요한 돈을 보내왔고, 이렇게 해서 수필집 1,000권을 찍었다.

박 사무관은 “그간 올린 글들을 읽어 주고 책을 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법원 가족들께 거듭 감사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창원=이동렬 기자 dylee@hankok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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