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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부 주타깃은 중국인데… ’中과 韓은 다르다’ 인식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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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정부 주타깃은 중국인데… ’中과 韓은 다르다’ 인식시켜야”

입력
2018.02.20 17:4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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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와 전면전 양상은 피해라

WTO 제소 등 필요한 조치지만

‘협상도 없다’는 식의 대립 곤란

대화 통해 통상문제 오해 풀어야

*FTA개정협상 전향적으로

車분야 양보해도 국내 타격 적어

美 요구 적극 수용하는 태도로

트럼프 정부 통상공세 벗어나야

제현정 연구위원, 곽노성 교수, 최남석 교수, 고준성 연구위원(왼쪽부터).
제현정 연구위원, 곽노성 교수, 최남석 교수, 고준성 연구위원(왼쪽부터).

한ㆍ미 간 통상분쟁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올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기반인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를 지키기 위해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하면서 철강과 기계, 반도체, 자동차 등 우리나라의 대미(對美) 주력 수출 품목 줄줄이 미국 수입규제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 장벽이 높아지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 앞날에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통상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대미 수출에 있어 미국 무역규제의 제1 타깃인 중국과 달리 한국 경제는 투명한 시장원리로 운영된다는 점을 미국에 분명히 인식시켜야 미국의 수입규제 칼날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에서 미국 요구를 적극 수용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도 한미 통상분쟁의 엉킨 실타래를 풀 단초가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 연구위원은 20일 “한국의 경제시스템이 국가주도의 중국과 다르다는 점을 미국에 명확히 인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을 정부가 기업에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투명하지 않은 시장이라고 지적하며 국제 무역규범 상 ‘시장경제’(MES) 지위를 부여해달라는 중국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한국이 저가 중국산 철강을 미국에 수출하는 우회로 역할을 하는 ‘불량 국가’로 판단하고 있다. 게다가 한미 FTA를 미국이 만성적 무역수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나쁜 조약으로 여긴다. 제 연구위원은 “미국의 이번 철강 안보조사 관세부과 대상국 중 선진국은 한국만 포함됐다”며 “한국이 중국처럼 경제 체제가 불투명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을 먼저 바꾸지 못하면 한미 통상분쟁은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의 통상공세에 맞서 중국과 한국이 연합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건 최악의 선택이라고 말한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외국산 철강 등에 대한 미국의 무역 규제조치를 계기로 중국은 ‘산업 체인’으로 엮인 국가와 동맹을 형성해 미국에 대항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한국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진 않았지만 미국의 통상공세에 한중이 어깨를 함께 해야 한다는 뉘앙스가 감지된다. 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외교ㆍ안보와 통상정책은 명확히 분리할 수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외교안보 전략을 문제 삼기 위해 통상 압박을 강화하는 측면도 있는데, 한중이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이면 미국의 통상 칼날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로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잇따른 반덤핑 및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조치 등에 대해 우리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로 대응하는 것은 필요한 조치이지만, 대통령이 나서 “WTO에 제소를 검토하겠다”며 미국과 전면전을 벌이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WTO에 제소하더라도 승소하기까진 최소 2년 이상 걸려 우리 기업들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정부는 WTO 제소와 별도로 미국과 대화를 통해 상호 호혜적인 통상환경을 강화해야 하는데 미국과 대립하는 모습만 보이면 오해를 풀기 더 어렵다는 지적이다. 최남석 전북대 무역학과 교수는 “WTO 제소를 통한 국제사회 공조로 미국을 압박하는 건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앞으로 미국과 협상도 없다는 식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미 통상분쟁의 엉킨 실타래를 푸는 첫 고리는 결국 한미 FTA 개정협상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한미 FTA에 대한 불만이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공세의 주요 원인인 만큼 개정협상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고준성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개정협상에서 현재 최우선으로 요구하는 자동차 분야의 경우 우리가 양보해도 결국 미국산 자동차를 국내 소비자가 사야 국내 산업에 충격이 오는 것이어서 당장 국내 산업 피해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 내 통상전문가들도 한미 FTA가 미국 무역적자의 주원인이 아니라는 건 인정하고 있어, 개정협상에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도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 세계 무역 10위권의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미국과의 통상문제에선 그간 중진국으로 자세를 낮추며 혜택을 누려왔다는 미국 측 주장은 타당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런 한국 정부의 자세가 미국이 한국을 불공정 무역국으로 보는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통상공세의 칼날에서 일본이 벗어나 있는 것은 일본이 미국 경제에 기여하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최남석 교수는 “일본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자 미국 일자리 창출에 대규모 투자를 했고 또한 미일 경제 대화 등을 통해 그간 끊임없이 미국의 의견을 수렴해왔다”며 “한국도 통상문제에서 방어적 자세를 벗어나 트럼프 행정부의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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