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단독]A국장 징계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강경화 외교장관의 독선

알림

[단독]A국장 징계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강경화 외교장관의 독선

입력
2017.12.02 14:00
0 0

감사관실 “애초부터 A국장에 안 좋은 감정”

간부들 이견 제시하면 강 장관 불쾌한 기색

A국장, 위안부 관련 발언 부인하는데도

외교부는 인정했다고 서둘러 거짓 발표까지

비판 여론 떠밀려 뒤늦게 재조사 나서기로

광화문 외교부 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광화문 외교부 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외교부가 사석에서 성차별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 A국장(현재 무보직)을 징계하는 과정에서 강경화 장관이 미리 결론을 내리고 밀어붙인 정황이 드러났다. A국장을 조사했던 외교부 감사관실 당국자가 조사가 이뤄지기도 전부터 강경화 장관이 그에 대한 징계를 이미 결심했다고 밝힌 것이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들도 A국장을 징계할 근거가 충분치 않다고 강 장관에게 보고했지만, 강 장관의 징계 의지가 워낙 강해 어쩔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외교부는 A국장 사건에 대한 조사가 공정하지 못하게 이뤄졌다는 지적이 높아지자 결국 재조사 방침을 밝혔다.

감사관실 당국자 “강 장관에게 반기 들기 어려웠다”

외교부 A국장의 성차별 발언 의혹을 조사해온 외교부 감사관실 당국자는 최근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사실 강 장관이 처음부터 (A국장이 성차별 발언을 했다는) 보도를 보고 징계해야겠다고 결심한 것 같다”며 “애초부터 그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던 것 같다”고 밝혔던 것으로 2일 드러났다. 감사관실 당국자는 “나도 A국장이 (징계를 받을 정도의) 큰 실수를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장관에게 반기를 들기는 어려웠다. 장관 입장에선 정무적인 부분도 있었을 것”이라고도 고백했다. 강 장관이 워낙 외교부 안팎에 강력한 처벌 의지를 드러낸 터라 성차별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가 부족한데도 징계를 내렸다는 얘기다.

당초 이 사건은 지난 9월 한 매체가 A국장이 기자 3명과의 식사 자리에서 “여자는 열등하다”고 발언했다고 보도하며 시작됐다. 이에 외교부 감사관실은 한 달여 간 A국장을 포함해 해당 자리에 있었던 기자들을 상대로 성차별 발언이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감사관실을 둘러싼 각종 의혹은 이 때부터 불거졌다. 외교부 감사관실은 10월20일 발표한조사 결과에서 “A국장 발언에 성차별 의도는 없었다”면서도 “공무원으로서의 품위 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결론 지었다. 행위가 없는데 공무원으로서의 품위를 위반했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징계를 내린 것이다. 감사관실 당국자의 고백으로 이 같은 모순적인 결론이 나온 배경에 결국 강 장관의 강력한 징계 의지가 깔려있었던 것이 확인된 셈이다. 실제로 강 장관은 A국장에 대한 조사가 막 시작된 시점에서 그가 우연히 엘리베이터에 동승하자, 같은 공간에 있기가 불쾌하다는 이유로 A국장을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게 하는 등 A국장에 대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사실은 외교부 안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외교부의 고위 간부들은 분명한 근거 없이 A국장을 징계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강 장관은 요지부동이었다고 한다. 외교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감사관실의 조사 과정에서 강 장관에 대해 ‘징계를 내릴 명분이 약하다’, ‘무리하게 징계해 억울한 사람 만들면 외교부 직원들 전체의 사기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설득했지만 소용없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A국장 관련 보도가 나오자 마자 워낙 격분해 징계 의지를 공개적으로 되돌리기는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도 “동석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 징계할 경우 편파적 조사라는 지적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 점을 설명했지만 소용없었다”며 “이 문제에 대해 다른 의견을 제시할 때마다 강 장관이 굉장히 불쾌해 하시는 기색이 역력했다”고도 전했다.

위안부 폄하 발언은 있었나

외교부의 A국장에 대한 징계 결정을 두고 뒷말이 끊이지 않는 또 하나의 이유는 해당 자리에서 위안부 피해자 폄하 발언이 있었는지 여부다.

이번 조사가 공정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빗발치차 외교부는 결국 지난달 28일 공식 해명자료를 내고 “A국장이 해당 발언(위안부 피해자 폄하 발언)을 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기 때문에 추가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지 않았다”며 거듭 A국장이 스스로 시인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A국장이 이 부분을 시인했다면, 외교부 발표대로 위안부 관련 발언 여부에 대한 조사를 더 진행할 필요가 없지만, 이 부분 역시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A국장은 줄곧 그 같은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동석했던 3명의 기자 가운데 2명도 위안부 피해자 폄하 발언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외교부의 한 직원은 “A국장이 위안부 피해자 폄하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는 것을 외교부도 분명 알고 있을 것”이라며 “그런데도 A국장이 위안부 관련 발언을 인정했다고 외교부가 공식 자료까지 내는 것은 해도 해도 너무한 게 아니냐”고 분개했다.

외교부는 논란을 의식한 듯 “(이번 조사의)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감안해 추가 조사를 진행하는 게 중앙징계위의 공정한 심의 의결을 위해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며 추가 조사 방침을 밝힌 상태다. 외교부의 또 다른 고위 간부는 그러나 “징계 결론이 이미 내려진 만큼 재조사를 한다고 해서 얼만큼 결과가 달라질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강 장관이 이미 징계를 결정한 만큼 추가 조사 역시 요식행위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푸념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