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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분투기] 아이에게 설명하기 어려운 것들

입력
2016.11.03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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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저녁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뉴스를 아이들과 같이 보고 있는데, 첫째가 말한다. “엄마, 우리 반 친구가 그러는데, 어제 어떤 나쁜 여자가 잡혔다고 하더라고요.” “응? 최순실?” “응. 근데 무슨 잘못을 한 거예요?” “음… 그 사람이 대통령과 친하게 지내면서, 사람들에게 돈을 뜯어내기도 하고, 나라의 비밀정보도 빼내고….” 첫째에게 설명을 하는 것을 듣고 있던 둘째도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엄마, 뉴스에 나오는 저 사람이 나쁜 사람이야?” “응, 맞아. 저 모자 쓴 사람.” “그럼 저 안경 쓴 아저씨는 누구야? 그 아저씨도 나쁜 사람이야?” “음. 그 사람도 같이 나쁜 짓을 했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아이들의 질문은 끝이 없다. “남의 돈을 어떻게 뺐어요? 가서 훔친 거예요? 그냥 달라고 한 거예요?” “대통령이랑 어떻게 알고 친하게 지낸 거예요?” “잡혀갈 때, 그냥 끌고 가요? 아니면 줄로 묶어서 가요?” “???”

요즘 뉴스를 보며 세상에 대한 궁금증과 의구심이 폭발하는 것은 어른들만이 아닌 모양이다. 상식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사회적 문제들이 발생하고,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아이들이 질문할 때면, 아이들에게 어디까지 알려주고 설명을 해주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나는 시민단체에 근무하면서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에 대응하는 활동을 하고 있지만, 막상 아이들의 눈에는 그저 집에 늦게 들어오는 일이 잦은 엄마일 뿐이다. 내가 집에서 일에 대한 이야기도 거의 하지 않고 텔레비전도 거의 보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은 텔레비전으로는 어린이 프로그램만 보기에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문제에 대해서도 별로 아는 것이 없다.

그렇지만,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어린아이들도 여러 경로로 보고 듣는 것이 있다. 큰 아이는 ‘세월호’에 대해 궁금해하고, 왜 그렇게 많은 형, 누나들이 세월호에서 죽었는지 알고 싶어 하고, 왜 배가 침몰했을까 이유를 혼자서 생각해보고 의견을 얘기하기도 한다. TV로 영화 ‘카트’를 같이 보다가 경찰이 마트 노동자의 머리채를 잡고 끌어내는 장면을 보고, “경찰이 왜 저래요? 나쁜 경찰이네”라며 이상하게 생각한다. 바쁜 와중에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집회에 나가는 일도 있는데, 집회에서 외치는 구호를 들으며 신기해하고 따라 하기도 한다.

이런 순간들을 접할 때, 최대한 쉽게 설명해주려고 하지만 가끔 말문이 막힌다. 책과 학교에서 배우는 세상과 실제 현실이 똑 같지는 않고, 많은 부조리가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달해주면 좋을지 고민이다. 규칙도 잘 지키고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듣는 모범생 기질을 가진 큰 아이에게는 더 조심스럽다. 나는 세상의 어렵고 힘든 일들을 접해도, 아이들은 최대한 밝고 순수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엄마의 이기심도 감출 수는 없다. 세상의 어둡고 힘든 모습을 천천히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랄까.

하지만, 언젠가는 접해야 할 사회적 모순이라면 아이들에게 마냥 숨길 수는 없을 것 같다.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세상에도 많은 부조리가 있을 테니까. 세상이 꼭 원칙대로 이루어지지는 않고, 많은 사회적 규칙들이 지켜지지 않기도 한다는 것을, 하지만 좀 더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아이들에게도 조금씩 이야기해줘야 할 것 같다. 덧붙여 엄마 아빠도 조금이나마 세상을 바꾸기 위한 노력에 같이 동참하고 있다는 것도 말이다.

“지금 나라에 정말 문제가 많아. 그래서 엄마 아빠가 지난 주말에 집회에 나갔잖아. 너랑 동생이랑 A네 집에 맡기고.” “응, 그랬지.” “A 엄마한테 너무 고마웠어. 엄마 아빠한테 집회 잘 갔다 오라고. 우리 집 몫까지 하고 천천히 오라고 그랬거든.” “그랬어?” “응. 주말마다 같이 놀러 가지 못해서 미안한데, 엄마가 당분간 좀 바쁠 것 같아. 이해해 줘.”

김남희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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