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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괜찮은데? IPTV 긴장하세요

입력
2016.01.22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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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다.”

지난해 넷플릭스 한국 진출설이 제기될 때마다 미디어 업계 전문가들이 내놓은 전망이다. 넷플릭스에는 최신 영화와 드라마 등 한국 콘텐츠가 없으며, 이미 IPTV라는 유료 VOD 서비스가 자리를 잡았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넷플릭스엔 한국 콘텐츠가 (없지는 않지만) 많이 부족하다. 평소 IPTV로 최신 영화와 한국 드라마만 주로 봤던 사람이라면 넷플릭스를 가입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전격적으로 한국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가입해 지금까지 2주 동안 사용해 본 내 생각은 ‘꽤 괜찮다’이다. 나뿐 아니라 초등학생 딸들도 동의한다. 넷플릭스에는 콘텐츠 부족이란 단점을 상쇄할 만한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약정 노예’가 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언제든지 앱 다운로드와 이메일 등 기본정보 입력만으로 가입할 수 있고 해지도 터치 몇 번이면 가능하다. 가입하려면 무려 3년 동안이나 묶여 있어야 하며, 전체 해지는 고사하고 월정액 패키지 상품 해지 절차마저 극히 번거로운 한국의 IPTV와는 천지 차이다.

다양한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IPTV는 TV 한 대에만 연결하기 때문에 집에 TV가 한 대 더 있다면 추가로 가입해야 한다. 우리 집엔 TV가 두 대이고 각각 IPTV에 가입돼 있는데, 같은 통신사인데도 한 TV에서 유료 결제한 영화를 다른 TV에서 보려면 또 유료 결제를 해야 한다. 모바일 앱은 가입자 당 한 명만 접속할 수 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가격에 따라 동시 접속자 수를 1~4명까지 허용하며, 영상 감상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집에 TV 2대, PC, 태블릿, 스마트폰 3대가 있다면 하나의 계정으로도 모든 기기에 넷플릭스 앱을 설치해서 사용할 수 있다. 태블릿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중단했으면 다음에 TV나 스마트폰에서 넷플릭스 앱을 켰을 때 그 작품이 가장 먼저 표시되고 클릭 한번으로 이어 볼 수가 있다. 이용자가 봤거나 별점을 매긴 작품을 고려하여 선호할 만한 영상을 추천해 주기 때문에 IPTV처럼 수많은 콘텐츠 속에서 내게 맞는 것을 찾느라 리모컨을 계속 누를 필요도 없다.

IPTV에 정액요금 외에도 매월 상당한 금액의 유료 결제를 해 왔던 입장에서 넷플릭스의 최대 장점은 추가 결제와 광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IPTV를 보면 최신 영화에만 추가 결제를 하는 것이 아니다. 오래된 영화에도, 한참 지난 드라마에도 건당 추가 결제를 해야 한다. 나온 지 한참 된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시리즈도 편당 500원씩 돈을 내라고 할 때는 도대체 왜 기본료를 받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유료 결제를 했는데도 강제로 광고를 봐야 한다. 넷플릭스는 매월 1만원 전후의 정액요금만 내면 ‘대부’ 같은 클래식 영화는 물론 자체 제작한 독점 콘텐츠나 최신 미국 드라마도 모두 무료다. 다큐멘터리와 스탠드업 코미디 등 국내 사용자가 쉽게 접할 수 없는 콘텐츠도 볼 수 있다.

넷플릭스가 IPTV를 대체할 순 없을 것이다. 나도 IPTV를 해지할 계획은 없다. 하지만 앞으론 IPTV의 유료 결제를 줄이고 넷플릭스의 무료 콘텐츠를 애용할 생각이다. 아이폰이 한국에 상륙하면서 한국 이동통신업계의 휴대폰 콘텐츠 기득권을 무너뜨린 것처럼, 넷플릭스의 한국 상륙이 ‘추가 결제’와 ‘약정’이라는 IPTV 업계의 관행에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디지털뉴스부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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