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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북 공격 결심하면…미 의회가 막을 방법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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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북 공격 결심하면…미 의회가 막을 방법 없다

입력
2017.08.1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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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승인 과정은

대통령 방어용 공격 폭넓은 권한

군사활동 개시 후 60일까지

의회 사후 승인 받지 않아도 돼

핵 공격 과정은 더 단순

핵미사일 버튼, 대통령 전용

참모들 발사 반대 전례 없는 일

유일방법 참모 사퇴, 효과엔 의문

정당방위 선제공격 3대 조건

적의 공격 능력 조건에 북한 해당

공격 임박ㆍ전쟁 방지대책 여부는

정치적 판단에 달려 운신 폭 넓어

1월 21일 버지니아주 랭글리의 미국 중앙정보국(CIA) 본부를 떠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뒤를 핵미사일 발사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가방 ‘뉴클리어 풋볼’을 든 장교가 따르고 있다. 랭글리=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1월 21일 버지니아주 랭글리의 미국 중앙정보국(CIA) 본부를 떠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뒤를 핵미사일 발사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가방 ‘뉴클리어 풋볼’을 든 장교가 따르고 있다. 랭글리=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대북(對北) 강경발언을 쏟아 내자 미국 언론들이 미국이 선제 공격에 나설 가능성을 진지하게 진단하고 있다. CNN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언론들은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전쟁을 명령할 경우 미국 의회나 내각이 그의 결심을 막을 방법이 없다며 미국이 일방적으로 전쟁 상태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 했다.

CNN은 “미국의 전쟁 선포 권한은 헌법상 의회에 있기는 하지만 대통령이 북한 공격을 결심하면 의회가 막을 능력은 제한적”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군 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이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방어’하기 위해 군사활동을 명령할 수 있는 폭넓은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WP도 1973년 제정된 ‘전쟁권한법(War Powers Act)’에 따르면 대통령은 군사활동 개시 후 60일까지 의회의 사후승인을 받지 않고도 전쟁을 벌일 권한이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최근 명령한 미군의 공격적 무력행사는 지난 4월 시리아 정부군 측 공군기지를 토마호크 미사일로 폭격한 것이다.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와 사전 협의 없이 폭격을 가한 후 의회에 통보했다. 다만 이 때는 시리아 정부군이 반군 점령지 민간인을 향해 화학공격을 가한 직후였기에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던 상황이었고 의회도 트럼프 대통령의 미사일 공격을 전폭 지지했다. 반면 북한의 경우는 민주당은 물론 상당수 공화당 의원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수사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WP는 특히 핵미사일 공격만큼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적으로 권한을 쥐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ㆍ존 켈리 비서실장ㆍ조지프 던포드 합동참모의장ㆍ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등과 상의할 수는 있지만, 최종 결정권자는 어디까지나 대통령이다. 설령 트럼프의 안보분야 참모들이 핵무기 발사에 반대한다 해도 대통령의 결심을 막을 법적 권한은 없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핵안보 전문가 브루스 블레어는 WP에 “국방장관 등이 핵미사일 발사 명령에 반대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했고 정책학자 스티븐 헤이워드도 “이들이 현실적으로 트럼프의 명령에 맞서는 유일한 방법은 자진사퇴뿐이지만 그마저도 분초를 다투는 핵미사일 발사 명령을 저지하는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북한 선제공격을 ‘정당방위’로 해석할 수 있는지 아닌지도 중요한 논쟁거리다. 공격을 위해 미군을 움직일 경우는 의회의 허락이 필요하지만 방위가 목적이라면 대통령의 권한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NYT가 인용한 마이클 슈미트 미 해군대 교수에 따르면 정당방위의 3대 기본조건은 ▦상대국이 공격능력을 보유했고 ▦공격이 임박했다는 상대국의 행동이 드러났으며 ▦상대 공격을 미리 방지할 대안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슈미트 교수는 “북한 미사일 위협의 경우 첫번째 조건은 충족됐지만 나머지 조건도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의 미국 공격 임박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해석하기 나름이며 논쟁의 여지가 있다. 텍사스대 법학대학원의 스티브 블라덱 교수는 CNN방송에 “군사운용 목적이 공격인지 방어인지를 결정하는 것도 법적이라기보단 정치적 판단”이라며 미군이 진행할 가능성이 있는 대북 군사작전의 성격은 ‘회색지대’에 걸쳐 있다고 지적했다. 이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군통수권자로서 자신의 권한을 폭넓게 행사할 여지가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언론이 대통령의 전쟁 권한에 대해 집중 분석하는 것은 트럼프 특유의 예측 불허의 돌발적 행동이 한반도 혹은 나아가 동북아에 전면전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매티스 국방장관 등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으로부터 파급된 불안감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지만, 특유의 ‘허풍’이라도 진실로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 때문에 미국 언론은 북한과의 전쟁이 실제로 일어날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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