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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에 비친 세상] 무단횡단하다 전용차로서 버스치여 사망 “운전기사 무죄”

입력
2017.06.1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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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신동준 기자
일러스트 신동준 기자

버스기사 최모(52)씨는 지난해 3월 서울 동대문구 왕복 6차선도로를 무단으로 횡단하던 김모(36)씨를 버스로 들이받았다. 당시 최씨는 편도 3차선도로 중 버스전용차선인 1차선에서 버스를 운행 중이었다. 차량들이 멈춰선 도로 2차선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김씨를 발견하고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이미 늦었고, 결국 버스에 치인 김씨는 숨졌다.

1심은 최씨에게 전방 주시 의무를 게을리 했다며 금고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1심 법원은 “주행속도가 50㎞인 버스의 경우 정지가능거리가 약 30m인데, 당시 피해자와 약 35~42m 떨어져 있었다”며 충분히 정지할 수 있는 거리였다고 판단했다.

2심 판단은 달랐다. 서울 북부지법 형사1부(부장 조휴옥)는 1일 이 사건 항소심에서 블랙박스 분석 결과를 토대로 “김씨를 발견한 뒤 제동장치를 조작했더라도 충돌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2심 법원은 “35~42m 앞 도로 3차선에 김씨 모습이 나타난 것은 단 0.5초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김씨가 도로 3차선에서 2차선으로 뛰어가면서 멈춰 서 있던 차량들에 가렸기 때문이다. 사고가 야간인 오후 9시52분쯤 발생한데다 반대방향도 살펴야 할 운전자가 차량 너머로 보인 김씨를 0.5초 만에 발견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얘기다.

블랙박스 영상에서 김씨 모습이 다시 나타난 뒤 충돌까지 걸린 시간은 0.967초에 불과했다. 2심 법원은 이 시간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인지 반응시간인 0.7~1초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또 “최씨가 해당 도로의 제한속도인 시속 60㎞를 준수하며 시속 약 45~48㎞로 운행한 점, 주의를 분산시킬만한 다른 행동을 한 정황도 없었던 점, 김씨가 빠르게 뛰어 도로를 가로지른 점 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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