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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방재청이 만든 '공연장 매뉴얼'만 지켰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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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방재청이 만든 '공연장 매뉴얼'만 지켰어도…

입력
2014.10.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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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006년 잇단 사고 계기, 전문가들 6개월간 공들여 개발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 한 환풍구 위에 서있던 사람들이 20m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해 경찰과 소방당국이 추락한 철재 환풍구 덮개, 사고자 유류품 등에 대한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 테크노밸리 한 환풍구 위에 서있던 사람들이 20m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해 경찰과 소방당국이 추락한 철재 환풍구 덮개, 사고자 유류품 등에 대한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는 도심 환풍구 설치 기준 부재와 관람객의 안전불감증 등 여러 요인이 합쳐진 결과였다. 하지만 공연ㆍ행사장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으로 제정된 소방방재청의 안전매뉴얼만이라도 제대로 지켰다면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2006년 소방방재청이 국내 최초로 만든 ‘공연ㆍ행사장 안전매뉴얼’은 1년 전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MBC 가요콘서트’에서 11명이 압사한 사고, 같은 해 롯데월드 무료 놀이동산 개방행사에서 35명이 다치는 사고가 난 것을 계기로 개발됐다. 실내외 구분 없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민간단체가 주최하는 축제, 각종 공연ㆍ행사 등에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매뉴얼이다.

이 매뉴얼에 따르면 주최 측은 안전관리요원을 배치할 때에 출입구, 사고 위험성이 있는 곳 등을 총괄책임 안전관리요원이 판단해 중요도 순으로 인원을 배치해야 한다. 특히 인기연예인, 10대 팬들이 많은 연예인, 평소 신변의 위협을 받는 자 등 출연자가 관중의 지나친 관심을 끌 것으로 판단될 경우 안전관리요원을 충분히 배치해야 한다. 하지만 사고가 발생한 ‘판교 테크노밸리 축제’에서는 인기 걸그룹 ‘포미닛’이 출연해 환풍구로 사람들이 몰렸음에도 주위에서 이들을 제지하는 안전요원은 전무했다.

매뉴얼은 또 관객들이 이동식화장실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관람 중인 장면을 예시로 제시하면서 ‘고층건물 옥상, 담벼락 등에 올라가 구경하는 관객들의 위험행위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비록 환풍구 위에 몰린 관람객의 위험성을 꼭 집어 얘기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건에서도 적용이 가능한 경고였다. 특히 “내려오라”는 사회자의 안내방송 뒤 관객들이 그대로 환풍구 위에 서 있었지만 추가적인 제지 없이 그대로 공연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주최측의 안전 불감증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매뉴얼 상 주최 측은 안전관리요원에 대한 사전 교육을 실시하고, 배치장소 및 행동요령을 숙지시켜야 하지만 이마저도 간과했다. 19일 경찰 발표에 따르면 행사계획서상 안전요원으로 배치된 직원 4명은 본인이 안전요원이란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매뉴얼은 문화체육관광부, 경찰청 등 관계기관과 대학교수 등 전문가들이 달라붙어 외국 사례를 취합하는 등 6개월에 걸쳐 완성시켰다. 하지만 강제력이 없어 참고용으로만 사용되고 있고 이번 사건에서도 ‘공허한 울림’에 그쳤다. 손기상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최소한의 요구사항’이라고 밝힌 이 매뉴얼만 지켰어도 이번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며 “매뉴얼을 의무화할 수 없다면 재난대처계획서를 내지 않아도 되는 3,000명 이하 공연의 경우 규모별로 등급을 나눠 그에 걸맞은 최소한의 안전점검이라도 받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실내 공연장 및 3,000명 이상이 모이는 야외 공연 등에 대해서는 공연법 및 시행령에 따라 공연 및 행사장 안전매뉴얼을 마련했으나, 이 역시 법적 강제력이 없어 참고용으로만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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