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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의당, '머리 자르기' 의혹 벘었지만 면죄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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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의당, '머리 자르기' 의혹 벘었지만 면죄부는 아니다

입력
2017.07.3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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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어제 대선기간 중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 '취업특혜 의혹 제보'를 조작한 국민의당에 대해 "(이미 구속된) 당원 이유미와 최고위원 이준서 선에서 기획되고 공명선거추진단 실무진 차원에서 확인 없이 이를 활용한 범행"으로 결론짓고 수사를 마쳤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제기한 이른바 '머리 자르기' 논란에 선을 긋고, 안철수ㆍ박지원 전 대표 등의 개입 의혹을 차단했다. 국민의당은 최악의 상황을 피했다고 크게 안도하며 대국민 사과 등으로 논란이 매듭되길 기대하는 표정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와 관계없이 새 정치를 표방해 온 공당으로서 터무니없는 네거티브에 휘말린 상처는 쉬이 아물기 어려울 전망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준서는 이유미로부터 조작된 카카오톡 대화 캡처 화면과 녹음파일을 받아 기사화하려다가 여의치 않자 가공의 준용씨 대학동료 이메일까지 첨부해 추진단에 넘겼다. 이에 추진단 수석부단장 김성호 전 의원과 부단장 김인원 변호사는 제보자 신원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두 차례 기자회견을 열어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으로 드러나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그러나 이준서가 허위 제보를 추진단에 넘기기 전 통화한 박 전 대표와 추진단장 이용주 의원, 그리고 안 전 대표 등 '윗선'의 관여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당 차원의 조직적 개입 의혹을 씻어 내고 한숨 돌린 국민의당은 즉각 의원총회ㆍ비대위 연석회의를 가진 뒤 "당원의 불법행위와 검증 소홀의 책임을 피할 수 없음을 철저히 반성하고 당 체질개선과 시스템 정비의 계기로 삼겠다"고 공개 사과했다. 이 자리엔 지난 12일 대선후보 자격으로 사과회견을 가졌던 안 전 대표와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박 전 대표 등도 참석해 머리를 숙였다. 당 전체가 심기일전해 지지율 5% 안팎의 수모를 딛고 여소야대 국회의 조정자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하지만 국민의당이 민주주의와 공명선거의 근간을 뒤흔든 제보조작 사건의 엄중함을 과소평가하거나 일과성 사과로 넘어가려고 하면 오산이다. 사실 이번 수사 결과는 지난 19일 청와대 여야 대표회동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큰 강(대선)을 건넜으니 뗏목은 잊어버리고 새로운 정치를 위해 협치를 하자"고 제의한 것과 떼어 생각하기 힘들다. 국민의당이 한때 당 해체론까지 나왔던 저간의 상황을 냉정하게 되돌아보며 이번 기회에 '급조된 가설(架設) 정당' 이미지를 벗는 대수술에 착수해야 하는 이유다. 27일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새 리더십이 존망의 첫 시금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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