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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환자는 치료가 필요한 이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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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환자는 치료가 필요한 이웃일 뿐”

입력
2016.06.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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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는 현실 참담해”

“제 아들도 조현병(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습니다. 정신질환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가는 현실이 정말 참담합니다.”

조현병 환자 가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인 ‘패밀리 링크’의 강사로 활동하는 김선자(64)씨는 26일 “강남역 살인 사건이 조현병 환자뿐 아니라 환자 가족의 삶까지 송두리째 바꿔놓았다”며 이렇게 호소했다. 그는 “조현병 환자는 치료가 필요한 이웃이지 혐오 대상이 아니다”며 “강남역 사건 같은 일이 다시 생기지 않기 위해서도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7일 서울 강남역 인근 상가의 한 화장실에서 20대 여성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피의자가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조현병 환자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선은 부쩍 늘어났다. 사건 직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전문가들이 “조현병 환자들이 망상이나 환청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그 위험성은 일반인보다 높지 않고, 살인 같은 극단 행동을 할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설명했지만 편견은 풀리지 않고 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분들에게 인사를 해도 슬슬 피하며 아는 척도 해주지 않아 마음에 상처를 입은 조현병 환자들과 가족들이 적지 않다는 게 김씨 설명이다.

지난 23일 경기 안양시정신보건센터에서 패밀리 링크 강사 김선자씨가 조현병 환자 가족들에게 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리는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얀센 제공
지난 23일 경기 안양시정신보건센터에서 패밀리 링크 강사 김선자씨가 조현병 환자 가족들에게 병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리는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얀센 제공

조현병은 꾸준히 치료하면 사회 생활이 가능하다. 김씨의 30대 아들도 발병 초기인 2002년 6개월 간 입원했을 뿐 이후엔 증상이 잘 조절돼 학업을 계속하고 있다. 국내 조현병 환자는 50만명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진료받는 인원은 10만명 남짓이다. 대부분이 숨어 지낸다는 이야기다. 김씨는 “재활센터나 사회적기업 등 사회 복귀를 돕는 시스템이 부족하고, 특히 조현병 환자 중 기초생활수급자는 하루 약값이 2,770원으로 제한돼 있어 치료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같은 아픔을 겪는 이웃을 위해 패밀리 링크의 강사로 3년째 일하고 있는 김씨는 “조현병은 무서운 병이란 잘못된 선입관을 깨고 싶다”며 “조현병 환자 가족들이 사회의 인식 개선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홍콩에서 시작돼 아시아 7개국으로 확산된 패밀리 링크(www.familylink.or.kr)는 조현병 환자를 둔 가족이 일정 교육을 이수하고 강사가 돼 다른 환자 가족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어려움을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국내엔 2004년 도입됐고 80여명의 강사가 활동 중이다. 패밀리 링크를 후원하는 제약기업 한국얀센의 김옥연 대표는 “조현병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환자 가족도 고립된 채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며 “환자들의 재활과 사회 복귀에 패밀리 링크가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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