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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뉴스] 배우의 1급 비밀, ‘대본 인사이드’

입력
2017.01.0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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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대본 속엔 또 하나의 작은 세상이 펼쳐져 있습니다. 종이 위의 활자가 배우 특유의 감정과 맞물려 새로운 생명력을 얻습니다. 즉흥적인 느낌부터 철저한 캐릭터 분석까지, 그렇게 배우의 꼼꼼한 해석을 입은 대본은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카메라 앞에서는 아주 쉬운 일이라는 듯이 자연스럽고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치는 명배우들도 스크린 뒤에서는 대본을 벗 삼아 피나는 노력을 한다고 합니다. 다 떨어져 너덜너덜해지고 메모와 형광펜 밑줄이 가득 찬 대본이 눈길을 끕니다.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배우들의 대본에 담긴 특별한 비밀을 훔쳐보았습니다.

글ㆍ기획=최유경 인턴기자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3)

디자인=김경진 기자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작은 공화국> https://www.facebook.com/movielikekorea

학생에게 교과서가 있다면, 배우에겐 대본이 있습니다.

색색의 펜으로 잔뜩 필기해 둔 교과서가 학생들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인 것처럼, 손 때 묻은 대본은 배우들의 비밀 병기죠.

수많은 대사를 암기해야 하는 배우들은 대본에 어떤 것들을 적어두었을까요?

배우들의 대본 속 모습, 궁금하지 않나요?

영화 ‘공조’(1월 개봉)에서 유해진과 호흡을 맞춘 현빈은 그의 대본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매 대사마다 유해진만의 생각과 감정이 아주 빼곡하게 메모되어 있었기 때문이죠.

"그때그때 느낀 감정이나 지나가면 놓칠 감정을 메모해 둔다. 내가 느낀 그대로를 대본에 적는다. 이외에도 적당히 어울리는 대사가 있으면 적어두는 편이다." – 유해진

유해진의 자연스러운 감초 연기와 유연한 대사 처리 뒤에는 이처럼 꼼꼼하고 세심한 노력이 있었습니다.

“유해진 선배가 현장에선 능청스럽게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연기하시지만, 사실 그 뒤에는 엄청난 노력이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니 자극을 받을 수 있었다.” – 현빈

덕분에 그와 함께 연기한 현빈 역시 촬영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특유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일품인 배우 하정우 역시 소문난 ‘대본파’입니다.

지난 2012년 SBS ‘힐링캠프’에 출연한 하정우는 15년간 작성해온 자신의 연기 노트를 공개했습니다.

노트 속에는 손끝, 발끝 등 사소한 동작부터 디테일한 감정 처리까지, 하정우만의 연기 해석이 가득했습니다.

대본 한 귀퉁이에는 바를 정(正)자로 연습한 횟수를 기록해 두었죠.

“재능은 믿을 게 못 된다.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반복하고 또 반복해야 한다.”

“3~4개월 동안 대사를 전부 암기한다. 크랭크인 전까지 모든 준비를 완료한다. 그래서 영화를 찍을 때가 제일 여유롭다.” – 하정우

그의 대본 속에서 연기에 대한 열정과 치열한 노력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배우 류승룡은 영화 '7번방의 선물' 제작보고회에서 포스트잇과 형광펜 메모가 가득한 실제 대본을 공개했습니다.

다 낡아서 너덜너덜해진 대본 속에 담긴 노력의 흔적이 돋보였죠.

연극을 할 때부터 메모가 습관이 됐다는 그는 “그때그때 생각났던 것을 적어놓지 않으면 (기억이)날라가 버리는 메모벽이 있는 것 같다”며 겸손하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동료 배우들의 연이은 칭찬이 그의 꼼꼼함을 증명해줍니다.

“류승룡 선배의 대본은 정말 걸레 같았다. 대본이 새까맣게 변했을 정도로 메모 같은 것들이 많이 쓰여져 있었고, 하도 너덜너덜해 군데군데 찢어져 있기도 했다. 반성도 많이 했다.” – 배수지

“류승룡 선배가 남성스럽고 즉흥적인 스타일일 줄 알았는데 대본을 꼼꼼하게 분석한데다 형광펜으로도 밑줄을 그어 놨더라. 그때 자극과 함께 충격을 받고 나도 대본을 다시 봤다” – 문채원

이쯤 되니 주변 배우들을 절로 반성하게 한다는 그의 대본이 궁금해집니다.

그가 보여준 명품 연기의 비결은 바로 철저한 대본 분석이었던 것 같습니다.

작은 몸짓, 짧은 대사 하나하나까지도 더 몰입도 있게 표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배우들.

대본 속에는 스크린 뒤에서 펼쳐지는 그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고스란히 녹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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