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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탤맨' 점령시대

입력
2016.05.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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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또 오해영’에 출연하는 서현진, 에릭, 전혜빈(왼쪽부터). CJ E&M 제공
tvN ‘또 오해영’에 출연하는 서현진, 에릭, 전혜빈(왼쪽부터). CJ E&M 제공

10여년 전 ‘개탤맨’ ‘가탤맨’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각각 개그맨 출신 탤런트, 가수 출신 탤런트를 줄여 부른 신조어였다. 개그맨들이 감초 역할로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눈길을 모았고, 아이돌 출신 가수들의 안방극장 공략이 이어졌다. 당시만 해도 이들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건 드문 일이었기 때문에 그런 수식어조차 낯설어 입에 잘 붙지 않았다.

이제 가탤맨의 드라마 출연은 흔한 일이 됐는데, 요즘은 ‘군단’을 이룰 정도다.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에는 주연급 가탤맨이 5명이나 포진했다. 그룹 신화 출신 에릭과 걸그룹 밀크로 활동했던 서현진, 러브 출신 전혜빈이 삼각관계의 주인공으로 나섰다. 에릭의 동생으로 나오는 허정민도 그룹 문차일드로 데뷔했고, 그룹 카라의 허영지가 그의 여자친구로 나온다. 30일 시청률 8%를 기록하며 SBS ‘대박’(7.7%)과 MBC ‘몬스터’(8%)를 위협한 ‘또 오해영’은 화제성만 따지면 요즘 드라마 중 최강자로 꼽힌다.

그간 가탤맨들은 천덕꾸러기로 비치기도 했다. 무명이나 신인 배우들이 넘보기 힘든 배역을 너무 쉽게 얻는다는 인식이 강했던 탓이다. 연기력이 떨어지면 가차없이 비난의 화살이 날아갔다. 그런 의미에서 ‘또 오해영’은 가탤맨들 점령시대의 서막을 알린 셈이다.

현재 지상파 방송과 종편,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24편 중 무려 14편에 가탤맨들이 주조연급으로 출연 중이다. 전체 드라마 중 절반 이상에서 이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MBC 수목극 ‘운빨 로맨스’의 류준열과 황정음. 화면캡처
MBC 수목극 ‘운빨 로맨스’의 류준열과 황정음. 화면캡처

걸그룹 슈가 출신의 황정음도 MBC 수목극 ‘운빨 로맨스’를 지상파 수목극 왕좌에 올려놨고, 경쟁작 SBS ‘딴따라’ 역시 걸스데이의 혜리가 여주인공이다. SBS 주말극 ‘미녀 공심이’와 ‘그래 그런거야’에도 걸스데이 민아와 그룹 씨야 출신 남규리가 출연한다. 사극 거장 이병훈 PD의 MBC 주말극 ‘옥중화’도 마이티마우스의 쇼리를 받아들였다.

평일 아침극과 저녁극도 이들의 차지다. KBS2 아침극 ‘내 마음의 꽃비’는 그룹 베스티의 해령이, KBS1 일일극 ‘별난가족’도 걸그룹 치치의 이시아가 주인공이다. MBC 일일극 ‘다시 시작해’는 김정훈(UN)과 고우리(레인보우)가 주인공이다.

미운 오리 새끼로 불렸던 이들이 드라마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드라마국 PD들은 가탤맨들을 두고 “물불 가리지 않는 멀티플레이어”라고 말한다. 연기면 연기, 액션이면 액션 등 몸을 사리지 않고 매달린다는 것이다.

가요기획사들은 신비주의를 버린 아이돌 그룹들의 생존방식이 결국 안방극장에서도 통한 것 아니겠느냐고 얘기한다. 명절이면 아이돌 그룹 멤버들을 불러 모아 뛰고 구르고 날게 하는 예능 올림픽에 출연하고, 자신만의 장기를 개발한 ‘개인기’를 뽐내려 토크쇼에도 얼굴을 내민다. 서바이벌로 진행되는 리얼리티 예능에도 출연해 사생활을 낱낱이 공개하는 등 가수들의 연예 활동은 그야말로 전방위에 걸친다. 심지어 안방극장을 차지한 선택 받은 가탤맨은 많게는 10명을 넘는 소속 멤버들과의 싸움도 이겨낸 ‘용자’들이다. 그들만의 무한경쟁을 버텨낸 끈질긴 생명력이 지금의 안방극장의 주인공들을 만든 것이다.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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