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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검찰총장, 31년 만에 사과… 故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더 일찍 왔으면 좋았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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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검찰총장, 31년 만에 사과… 故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더 일찍 왔으면 좋았을 걸…”

입력
2018.03.20 16:0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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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가운데) 검찰총장이 20일 부산 수영구 남천동 남천사랑의요양병원에서 박종철 열사의 부친인 박정기씨를 만나 손을 잡은 채 검찰 과거사에 공식 사과하고 있다. 현직 검찰총장이 과거사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한 첫 사례다. 부산=전혜원 기자
문무일(가운데) 검찰총장이 20일 부산 수영구 남천동 남천사랑의요양병원에서 박종철 열사의 부친인 박정기씨를 만나 손을 잡은 채 검찰 과거사에 공식 사과하고 있다. 현직 검찰총장이 과거사 피해자에게 직접 사과한 첫 사례다. 부산=전혜원 기자

“너무 늦게 찾아 뵙고 사과 말씀 드리게 돼 죄송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20일 민주화 과정에서 사법당국의 고문치사 사건으로 숨진 박종철 열사의 부친을 만나 과거사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박 열사가 1987년 1월 서울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숨진 지 31년 만이다.

문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부산 수영구 남천사랑의요양병원으로 박종철 열사의 부친인 박정기(90)씨를 찾아 박씨의 손을 잡으며 “긴 세월 동안 고생 많았고 못 돌봐드려 죄송하다”며 재차 사과했다. 이어 “후배들이 잘 가꿔서 제대로 된 나라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기력이 많이 쇠잔해진 박씨는 문 총장의 사과에 “더 일찍 왔으면 좋았을 걸, 어차피 벌어진 일이니까…”라고 힘겹게 답했다. 척추 골절로 수술을 받고 지난해 2월 입원한 박씨는 거동이 불편해 온종일 누워 지내는 상태다.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한 박종철 열사의 친형 박종부(59)씨는 “아마도 이 상황을 접하는 대다수 국민들은 ‘검찰이 뭘 잘못했지’ 의아해 할 수도 있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적절한 조처가 있길 바라고, 먼 길 와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30여분간 짧은 면담을 마치고 1층으로 내려온 문 총장은 취재진들과의 간담회에서 “1987년의 시대정신을 잘 기억하고 있는데 당시는 민주주의냐 독재냐를 놓고 사회적인 격론이 이뤄졌고 대학생들의 결집된 에너지가 사회를 변혁시키는 힘이 됐다”며 “그 시발점이자 한 가운데 박종철 열사가 있었다”고 말했다.

문 총장은 이어 “새로운 다짐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면서 “1987년에는 독재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를 이뤘지만 지금은 민주주의를 어떠한 방식으로 운영하며 어떠한 과정을 거쳐 성숙된 시민 민주주의로 완성해 지금의 국민들에게 그리고 후손들에게 물려줄 것인지가 우리의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과거의 잘못을 다시는 되풀이 하지 않고 이 시대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사명을 다하겠다”면서 “하루빨리 건강을 회복하시기를 기원드린다”고 덧붙였다.

박종철 열사는 서울대 언어학과 재학 중 1987년 1월 13일 경찰에 연행돼 고문을 받다가 하루 만에 숨졌다. 이 사건은 지난달 초 법무부 산하 과거사위원회에서 인권침해 및 검찰권 남용 의혹이 있는 사건으로 분류돼 1차 사전조사 대상으로 선정됐으며, 검찰의 과거 인권침해와 검찰권 남용 사례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대검에 설치된 과거사 진상조사단에서 해당 수사기록을 검토 중이다.

부산=글ㆍ사진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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