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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박근혜를 파멸시킨 사람들

입력
2017.10.17 14:4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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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16일 법정에서 자신을 파멸로 이끈 ‘40년 지기’ 최순실씨에 대한 배신감을 거듭 토로했다. 법원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에 대한 심경을 밝히면서 “한 사람에 대한 믿음이 상상조차 하지 못한 배신으로 되돌아 왔고, 이로 인해 저는 모든 명예와 삶을 잃었다”고 했다. 최씨가 구속된 직후인 지난해 11월 4일 제2차 대국민 담화에서도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고 최씨를 원망했던 그다.

▦ 박 전 대통령은 최씨의 일탈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이유에 대해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 주었기 때문에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던 것”이라고 했다. 그의 불행한 개인사에 비춰 나름 이해가 가는 해명이기도 하다. 그러나 개인 박근혜는 그랬다 쳐도 대통령 박근혜 주변에는 이중 삼중으로 감시견들이 배치돼 있었다. 민정수석실이 있고, 국정원과 경찰의 정보 수집 기능도 있다. 이 감시견들이 조금만 짖어댔어도 박근혜는 지금 구치소와 법정이 아니라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서 청와대를 지키고 있을 터이다.

▦ 박 전 대통령에게 이로운 쓴 약이 되었을 그런 감시견들이 침묵을 지킨 주요 배경 하나가 드러났다.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그 핵심에 국정원 국내정보 수집 부서를 담당했던 추명호 전 국장이 있다. 그는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지기 한참 전인 2014년 초부터 ‘최순실 전담팀’을 운영하며 최씨와 관련된 비리 정황들을 수집했다. 하지만 추가 첩보 수집을 지시하거나 국정원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채 관련 정보 수집에 열심인 직원들을 지방으로 좌천시켰다고 한다.

▦ 더욱 수상한 건 추 전 국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밀착 관계다. 당시 추 전 국장이 공식 계통을 멀리하고 우 전 수석에게 비선 보고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우 전 수석이 그를 국내정보를 총괄하는 국정원 2차장으로 추천했다가 이병기 비서실장의 반대로 좌절됐다는 것도 공공연한 비밀이다. 두 사람이 손잡고 최씨 비리 덮기에 급급했던 게 결정적으로 박근혜를 파멸시킨 것은 아닐까. 박 전 대통령이 엉뚱하게 정치 보복이라며 재판을 거부할 계제가 아닌 것 같다. 자신의 책임이 제일 크지만 자신과 최순실의 고리를 외면하고 비호한 인사들부터 원망해야 맞다.

이계성 논설실장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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