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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 약, 맘대로 끊으면 내성 생겨 생명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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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 약, 맘대로 끊으면 내성 생겨 생명 위협

입력
2017.03.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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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후진국형 감염병인 결핵 OECD국 1위 불명예

초기 2주가 치료 골든타임… 기침 예절이 확산 막아

기침이 오랫동안 계속되고 가래가 2~3주 이상 생긴다면 감기가 아닌 결핵 등 다른 질환일 수 있기에 이를 확인하기 위해 가슴 X선 검사 등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기침이 오랫동안 계속되고 가래가 2~3주 이상 생긴다면 감기가 아닌 결핵 등 다른 질환일 수 있기에 이를 확인하기 위해 가슴 X선 검사 등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는 결핵 발생률ㆍ유병률ㆍ사망률 심지어 다제내성 결핵 환자 수에서도 1위를 달릴 정도로 ‘결핵 후진국’이다. 결핵을 확인하기 위해 가슴 X선 검사를 하는 모습. 서울아산병원 제공
우리나라는 결핵 발생률ㆍ유병률ㆍ사망률 심지어 다제내성 결핵 환자 수에서도 1위를 달릴 정도로 ‘결핵 후진국’이다. 결핵을 확인하기 위해 가슴 X선 검사를 하는 모습. 서울아산병원 제공

결핵은 대표적인 후진국형 감염병이다. 하지만 불명예스럽게도 우리나라는 결핵 문제에서는 후진국이다. 결핵 발생률ㆍ유병률ㆍ사망률에서 34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모두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세계보건기구(WHO), ‘2015 세계결핵현황’). 결핵 환자가 10만 명당 86명으로 OECD 평균 12명의 7배 이상이다.

특히 치료제가 듣지 않는 ‘다제내성(多劑耐性) 결핵’ 환자 수도 OECD 1위다. 다제내성 결핵은 환자에게 처음 쓰는 약(1차 치료제) 가운데 효과 좋은 두 가지 약(아이소나이아지드, 리팜피신)을 먹어도 균이 죽지 않는다. 국내 다제내성 결핵 환자는 2,223명(2013년)으로 매년 800~900명의 환자가 새로 생기고 있다.

3월 24일은 ‘결핵 예방의 날’이다. 정부는 ‘결핵 1위국’ 불명예를 씻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결핵 치료에 필요한 진료비를 건강보험에서 모두 지원하는 등 결핵 퇴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2030년까지 새로운 환자의 연간 발생률을 인구 100만 명당 10명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약 임의로 끊으면 ‘다제내성 결핵’ 돼

결핵에 걸리면 기침이 나고 가래가 2~3주 이상 지속된다. 방치하면 객혈ㆍ호흡곤란 등으로 이어진다. 가슴통증 발열 야간발한 식욕부진 체중감소 피로감 등도 생긴다. 악몽을 꾸거나 덥지도 않은데 식은땀이 반복적으로 난다면 결핵일 가능성이 높다.

내성이 생기지 않은 일반 결핵은 표준 1차 항결핵요법을 규칙적으로 복용하면 치료 성공률이 매우 높다. 3~4가지 약을 한 번에 10알 정도 매일 아침 공복에 6~9개월 정도 먹으면 된다. 결핵 치료의 골든 타임은 초기 2주간이다. 가래에 결핵균이 나오는 환자라도 2주 정도 결핵 약을 먹으면 전염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심태선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결핵을 완치하려면 적절한 약 처방, 규칙적인 복용, 충분한 용량, 일정기간 투약 등 4가지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이 가운데 하나라도 지키지 않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하지만 결핵 약을 본인 맘대로 먹지 않으면 내성이 생긴 다제내성 결핵으로 악화할 수 있다. 결핵 약을 먹다 결핵균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약을 끊으면 체내에 결핵균이 죽지 않고 남는다. 이 과정에서 결핵균에 돌연 변이가 생겨 약 내성이 생겨 기존 치료제로 죽지 않는 균(다제내성 결핵)으로 변한다.

다제내성 결핵은 2차 치료제(항결핵제 주사약제, 퀴놀론계 약)를 먹어야 한다. 2차 치료제는 1차 치료제(90%)보다 결핵균을 죽이는 효과가 60~70%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사망률은 31.2%나 될 정도다.

다제내성 결핵의 치료 기간도 16~24개월 정도로 일반 결핵(6개월)보다 3~4배 길어져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위험이 더 높다. 치료 효과가 떨어지므로 3~4개월 정도 약을 먹어도 결핵균이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

최재철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다제내성 결핵으로 치료 받은 사람 가운데 치료를 중단하는 비율이 30% 정도”라며 “그러면 2차 치료제로도 치료할 수 없는 수퍼 결핵(광범위약제내성결핵)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수퍼 결핵은 치료해도 완치율이 50%밖에 되지 않아 생명에 위협적이다.

“잠복결핵, 10명 중 4명 꼴”

결핵균에 감염됐지만 균이 외부로 배출되지 않아 증상이 없고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지 않는 경우를 ‘잠복결핵’이라고 한다. 항산균검사와 가슴 X선 검사를 해도 정상이다. 일반적으로 잠복결핵 감염자 가운데 5~10%에서 결핵으로 발현된다. 잠복결핵은 10년 넘게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국내 잠복결핵자가 인구 10명 중 4명 꼴인 것으로 조사됐다. 질병관리본부가 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받은 731명을 조사한 결과 잠복결핵 감염 양성률이 36.8%였다. 특히 양성률은 10대(6.2%), 20대(9.4%)에선 낮게 나왔지만 30대에서 46.6%로 크게 늘었다. 40대(49.1%), 50대(52.8%)엔 꾸준히 늘어난 뒤 60대(46.5%), 70대(36.5%) 등 고령층에서는 줄어들었다. 30대 이상 성인의 절반 정도가 잠복결핵에 감염된 셈이다.

40, 50대에서 다른 연령층보다 잠복결핵이 많은 까닭은 이들 연령층에서 흡연과 음주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결핵 환자가 유독 많은 것은 흡연ㆍ음주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며 “특히 담배는 결핵 유발인자인데다 치료해도 예후가 좋지 않다”고 했다.

결핵을 앓으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호흡기질환에 걸릴 위험도 높아진다. 박인원ㆍ정재우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팀은 최근 5년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바탕으로 40세 이상 1만4,967명 중 폐결핵을 앓은 822명을 분석한 결과, 29.1%가 COPD에 걸려 그렇지 않은 사람의 COPD발병률(12.3%)보다 2.3배나 됐다. 즉, 폐결핵을 앓은 사람의 30%가 COPD에 걸린다는 얘기다. 정 교수는 “폐결핵을 앓은 사람은 COPD를 조기 진단하기 위해 폐기능 검사를 정기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기침할 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예절을 갖추는 것도 결핵 확산을 막는 한 방법이다. 심 교수는 “기침할 때 화장지로 입과 코를 가리기, 휴지를 휴지통에 곧바로 버리기, 마스크 착용하기, 기침 후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 씻기 등과 같은 기침예절 교육과 함께 기침을 오래하면 결핵 검진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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