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박완서(1931~2011)의 5주기인 22일을 맞아 대담집 ‘우리가 참 아끼던 사람’이 출간됐다. 서강대학교 국문과 김승희 교수, 서울문화재단 조선희 대표이사, 장석남 시인, 최재봉 한겨레 선임기자, 김연수 소설가, 정이현 소설가, 씨네21 김혜리 편집위원, 신형철 문학평론가, 박혜경 문학평론가 등 9명의 대담을 추렸다.
책에는 1980년부터 2010년까지 박완서의 30년이 담겼다. 개봉작 영화를 찾아보거나 손녀딸을 얼러 재우며, 무작정 집 앞을 찾아온 독자를 살뜰히 챙기는 등 일상의 소소한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다른 아낙들의 연애편지를 대필해줄 정도로 이야기를 좋아하며 따뜻한 휴머니즘이 있었던 점도 확인할 수 있다. 그의 딸인 수필가 호원숙씨는 대담집을 엮으면서 “변함이 없었지만 지루하지 않았고, 끊임없이 변화했지만 요란하지 않았다”고 어머니를 회상했다.
시인 이병률은 5주기에 부치는 글 ‘당신은 참 아직도 여전히 예쁘세요’에 “선생님한테는 사늘함이 있어요, 서늘한데 따뜻한, 따뜻한 것은 오래 남는 모양새라서 알겠는데 그 따뜻한 사늘함은 유리병에 저장된 채로 진하고 또 진해요”라며 “그 병을 들이켜면 속이 후련해지는 것이죠, 그것이 아직도 우리가 당신 소설을 읽는 이유이며, 아직 우리 옆에 당신이 있다는 증거입니다"라고 썼다. 220쪽, 1만3,000원, 달.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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