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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합의 일방적 파기는 무리... 사문화 전략 펼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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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합의 일방적 파기는 무리... 사문화 전략 펼쳐야”

입력
2017.12.28 17:0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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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정부 간 약속이지만

위안부 합의로 문제 해결 안 돼”

당장 파기 땐 한일관계는 물론

한미일 대북 공조에도 악영향

국제무대에서 인권 제기하는 등

서서히 무력화 땐 재협상 불가피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열린 `빈 의자에 새긴 약속' 행사장에 소녀상과 빈 의자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열린 `빈 의자에 새긴 약속' 행사장에 소녀상과 빈 의자가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위안부 합의에 대한 강경 입장을 천명하면서 한일 관계의 냉각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가들도 위안부 합의 태스크포스(이하 위안부 TF) 보고서 발표 이후 관계 냉각을 예상했다. 다만 우리 정부의 일방적 합의 파기는 향후 옵션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게 공통된 지적이었다. 기존 합의의 문제점들이 드러난 만큼 재협상 여지를 최대한 열어두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기존 합의의 사문화 전략을 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당장 각계의 재협상 요구가 분출하면서 정부로서는 느긋하게 대체할 상황이 아니다. 문 대통령의 입장 또한 ‘졸속으로 이뤄진 위안부 합의 과정 면면이 드러난 만큼 기존 합의를 놔둘 수 없다’는 쪽이다. 문 대통령이 28일 “지난 합의가 양국 정상의 추인을 거친 정부 간의 공식적 약속이라는 부담에도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다시금 밝힌다”고 말한 것은 외교적 부담을 감수하겠다는 뜻이다. 기존 합의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 없는 것으로 결국 합의 파기 또는 재협상 요구 방침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당장 합의 파기와 재협상 카드를 들고 나설 경우 한일 관계는 격랑 속으로 빠져 들 것이 불문가지다. 문 대통령이 절차·내용 중대한 흠결을 이유로 사실상 재협상을 시사하면서 ‘역사와 별개로 한일 미래지향적 협력’을 강조했지만 일본의 반발을 감안하면 불가능에 가까운 희망사항일 뿐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일 간 비공개 합의가 있었던 사실까지 드러나 기존 합의에 대한 국내 여론 악화도 이어질 것”이라며 “한일관계는 물론 대북 안보협력 삼각 축인 한미일 관계에 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연구소장도 “위안부 문제가 한일관계 전반을 뒤덮는 분위기로 이어진다면 한미일 간 대북협력 약화로 이어지고 결국 동북아 정세에 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존 합의에 대한 일방적 파기보다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추가 협상 여지를 열 수 있는 외교적 노력을 주문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소장은 “일본도 위안부 합의에서 일본 정부의 책임을 명시적으로 인정한만큼 그 책임에 따른 후속조치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즉 일본 정부가 책임을 공식 인정한 것은 기존 합의의 성과로 냉정하게 인정하고, 일본 정부의 고위 관료가 피해자 할머니들을 직접 찾아 사과하는 등의 추가 행동을 끌어내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이원덕 소장 역시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과 사죄 등 우리 정부가 일본으로부터 끌어내려 했던 핵심 사안들이 이미 위안부 합의에 담겨있다”며 “이면 합의가 있다고 해서 이 합의 자체를 우리가 먼저 부정하는 게 맞는 일인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합의에 대한 사문화 전략을 동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기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존 합의 조항들의 실효성을 조금씩 해체할 경우 일본 역시 재협상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한일은 기존 합의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 국제 외교 무대에서의 발언을 자제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오히려 국제 외교 무대에서 전시 여성 인권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목소리를 키우며 일본을 재협상장으로 끌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이기범 연구위원은 “TF 보고서 공개를 통해 이면합의까지 드러난 이상 국가 간 합의로서의 효력은 이미 다한 것”이라며 “일본의 아픈 부분들을 건드리면서 우리가 역공에 나설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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