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최진희 “삼지연 연주에 ‘사랑의 미로’ 불렀으면”

알림

최진희 “삼지연 연주에 ‘사랑의 미로’ 불렀으면”

입력
2018.04.29 17:19
0 0
가수 조용필(오른쪽)과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지난 27일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만찬에서 손을 잡고 조용필의 노래 '그 겨울의 찻집'을 함께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가수 조용필(오른쪽)과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지난 27일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만찬에서 손을 잡고 조용필의 노래 '그 겨울의 찻집'을 함께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조용필ㆍ현송월의 판문점 깜짝 듀엣

“아름다운 죄 사랑 때문에~” 지난 27일 남북 정상이 ‘판문점 선언’을 발표한 뒤 만찬이 열린 평화의 집. 칵테일 파티에서 가수 조용필은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과 손을 잡고 자신의 노래 ‘그 겨울의 찻집’을 불렀다. 두 소절이 남았을 무렵 현송월은 조용필을 향해 손짓한 뒤 한 발 물러섰다. 곡의 하이라이트는 조용필의 몫이었다.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조용필의 애절한 독창이 끝나자 현송월은 노래의 마지막 대목 “그대 나의 사랑아”에 화음을 실었다. 곡을 마친 두 사람은 다시 손을 잡고 서로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함께 그리고 상대를 배려한 화합의 듀엣이었다. 29일 만찬 행사에 참여한 음악 관계자에 따르면 두 사람의 듀엣은 예정된 무대가 아니었다. 사회자가 조용필에 “노래 한 곡을 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하자, 조용필이 현송월에게 듀엣을 제안해 이뤄졌다. 두 사람은 지난 3일 북한 통일전선부 초대소인 미산각에서 열린 우리 예술단 환송 만찬회에서도 이 노래를 함께 부른 인연이 있다.

가수 조용필과 윤도현이 현송월(사진 가운데)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장과 27일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만찬 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윤도현 사회관계망서비스
가수 조용필과 윤도현이 현송월(사진 가운데)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장과 27일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만찬 후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윤도현 사회관계망서비스

화합의 무대는 이어졌다. 록밴드 YB의 보컬 윤도현은 통기타로 심수봉의 히트곡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북한 가수들과 함께 불러 흥을 돋웠다. 윤도현은 이달 초 평양 공연 ‘봄이 온다’에서 이 곡을 록 스타일로 편곡해 선보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관심을 산 바 있다. 기타리스트 이병우는 자작곡 ‘새’를 연주해 평화의 씨앗을 뿌렸다. 이병우 측에 따르면 이병우는 남북이 이념의 벽을 넘어 새처럼 자유롭게 평화에 다가가자는 취지에서 이 곡을 선곡했다.

지난 3일 통일전선부 초대소인 미산각에서 열린 우리 예술단 환송 만찬에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과 기념사진을 찍은 우리 예술단. 왼쪽부터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 최진희, 조용필, 북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윤도현, 이선희,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3일 통일전선부 초대소인 미산각에서 열린 우리 예술단 환송 만찬에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과 기념사진을 찍은 우리 예술단. 왼쪽부터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 최진희, 조용필, 북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윤도현, 이선희,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남북예술단 합동 해외 공연… 평화 메시지 알려야”

남북 정상이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선언하면서 양측의 문화 교류 정례화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남북 합동 공연 ‘가을이 왔다’ 성사 여부에 기대가 크다. ‘봄이 온다’가 얼어붙은 남북 관계를 녹인 첫 훈풍 역할을 톡톡히 한 데다, 이번 양국 정상 회담이 잘 마무리돼 ‘가을이 왔다’ 성사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앞서 김 위원장이 “남측이 ‘봄이 온다’란 공연을 했으니 가을엔 결실을 갖고 ‘가을이 왔다’라는 공연을 서울에서 하자”고 먼저 제안했으니, 이를 지키지 않겠느냐는 게 문화계의 전망이다. 문 대통령이 판문점 선언에서 올 가을 평양 방문을 약속해 그 사전 행사로 자연스럽게 양측 예술단의 합동 공연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봄이 온다’에 참여한 가수들은 이번 남북 정상 회담을 지켜본 뒤 한껏 부풀어져 있었다. 가수 최진희는 한국일보에 “북한에서 열린 지난 만찬에서도 비핵화 얘기가 오가며 분위기가 좋아 마치 통일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었다”며 “장용식 삼지연관현악단 지휘자가 ‘사랑의 미로’의 반주를 그쪽에서 하고 싶었다며 아쉬워했는데 ‘가을이 왔다’ 공연이 성사되면 삼지연관현악단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싶다”고 바랐다.

실향민 2세 음악인들의 문화 교류에 대한 열망은 더 뜨거웠다. ‘봄이 온다’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를 연주한 피아니스트 김광민은 “남북 대중음악 교류의 정례화가 음악인들에겐 가장 현실적인 바람”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으로 내 아버지 고향(평양)에서 다시 공연하는 날이 더 빨리 앞당겨지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함경도 출신의 부모 밑에서 자라 실향의 아픔을 담은 노래 ‘...라구요’를 만든 가수 강산에는 “언젠가 베를린장벽이 무너졌던 그 날처럼 우리에게 그런 순간이 왔을 때 모두가 함께 노래 부를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번 정상 회담으로 분위기가 달아오른 평화의 바람에 힘을 보탰다.

남북 공연 정례화를 넘어 그 화합의 무대를 해외로 넓힐 필요도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 김상화 음악평론가는 “삼지연관현악단은 애초 해외에서도 공연하는 북측 공연 단체이니 재외 동포들을 위해 혹은 외국 관객들을 대상으로 북측과 우리 예술단의 해외 순회 공연으로 평화의 메시지를 더 널리 알리는 것도 문화 교류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을 냈다.

가수 신형원이 부른 노래 '서울에서 평양까지'는 27일 남북정상회담 만찬에 연주돼 새삼 주목을 받았다. 신형원 제공
가수 신형원이 부른 노래 '서울에서 평양까지'는 27일 남북정상회담 만찬에 연주돼 새삼 주목을 받았다. 신형원 제공

만찬에 울려 퍼진 ‘서울에서 평양까지’

“서울에서 평양까지 택시 요금 5만 원~”. 남북이 판문점 선언에 ‘경의선(서울∼신의주)과 동해선(부산∼원산)을 비롯한 도로를 연결하고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인 대책을 취해 나가기로 했다’고 명시하면서 우리 노래 ‘서울에서 평양까지’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이 곡은 남북 정상이 모인 만찬에선 연주돼 더 화제다. “통일을 바라는 흥겨운 노래”여서 선곡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 곡엔 다른 나라(소련)도 가는데 광주보다 가까운 평양은 왜 못가느냐는 해학이 담겼다. 윤민석씨가 작곡한 민중가요로, 가수 신형원이 1995년 낸 6집에 실어 다시 불러 화제를 모았다.

29일 일본에 체류 중이던 신형원은 본보와의 국제전화에서 이번 만찬에서 ‘서울에서 평양까지’가 울려 퍼진 소식을 듣고 “감동적”이라면서 “그동안 너무나 멈춰있던, 녹슨 것들이 재가동되니 통일이 앞 당겨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래처럼 택시 타고 평양 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벅차했다.

노래 ‘개똥벌레’(1987)로 친숙한 대중가수다. 신형원은 “당시 운동권 노래 중엔 과격한 노래가 많았다”며 “‘서울에서 평양까지’엔 꽹과리 소리가 들어가 친숙하면서도 멜로디가 경쾌한 데다 따라 부르기 쉬워 이 곡을 대중화해보자 하는 바람에서 불렀다”고 말했다. 신형원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1991년 처음 나온 곡의 가사를 일부 수정했다. ‘서울에서 평양까지 택시 요금 이만원’에서 이만원을 오만원으로, 정치색을 지우기 위해 2절 ‘분단세력 몰아내고 통일만 된다면’을 ‘우리의 꿈 우리의 희망 통일만 된다면’으로 바꿔 불렀다.

유명곡엔 사연이 깃들기 마련. 신형원은 2005년 북한에서 열린 ‘금강산 열린음악회’에서는 이 노래를 불렀지만, 1999년 평양에서 열린 MBC 주최 ‘민족통일음악회’에선 이 곡을 부르지 못했다. “가사 탓”이었다. 이 곡의 노랫말은 당시 택시운전사였던 조재형씨가 썼다. 조씨는 “동료 택시 운전사 중에 실향민이 있었는데 만날 주눅 들어 있었다”며 “비 오는 날 같이 술을 먹고 새벽에 집에 가려고 다른 택시를 잡는데 승차 거부를 당해 그 분이 화가 났는지 어디 가냐고 택시 운전사가 묻자 ‘평양’이라고 소리쳤는데 그 모습이 뭉클해서 노랫말을 쓰게 됐다”고 옛 얘기를 들려줬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