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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24시] 日 ‘담장 없는 교도소’ 7번째 탈주범, 경찰 1만명 따돌리고 잠적

입력
2018.04.22 13:5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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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히메현 마쓰야마교도소

낮엔 민간 조선소서 일하고

저녁엔 자물쇠 없는 숙소 생활

재입소율 크게 낮지만 경계 한계

일본 경찰관들이 지난 11일 탈옥수 히라오 다쓰마 검거를 위해 히로시마현 오노미치 검문소에서 차량을 검문하고 있다. 히로시마=교도 연합뉴스
일본 경찰관들이 지난 11일 탈옥수 히라오 다쓰마 검거를 위해 히로시마현 오노미치 검문소에서 차량을 검문하고 있다. 히로시마=교도 연합뉴스

지난 8일 일본 에히메(愛媛)현 이마바리(今治)시 마쓰야마(松山)교도소에서 탈옥한 히라오 다쓰마(平尾龍磨)라는 남성의 행방이 2주째 오리무중이다. 교도소에서 100㎞ 이상 떨어진 히로시마(廣島)현 무카이시마(向島)로 숨어든 것으로 추정되면서 지난 2주간 에히메현과 히로시마현 경찰 등 1만명 이상이 투입됐지만 검거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경찰이 탈옥수 검거에 애를 먹는 요인은 인구 2만2,000명의 무카이시마에 저출산에 따른 빈 집이 1,000채를 훌쩍 넘기 때문이다. 경찰은 탈옥수가 빈 집에 숨어 지낼 가능성이 크다고 보지만, 수색을 위해서는 소유주로부터 허락을 받거나 입회 하에 진행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빈 집의 외관만으로 수상한 점이 있는지 여부만 점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더욱이 귤 등 과일 수확철인 데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날씨가 범인이 인근 산과 빈 집을 오가며 숨어 지내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

무카이시마와 본토를 잇는 다리에서는 24시간 검문이 이뤄지고 있다. 경찰은 탈옥수가 본토까지 200㎙ 거리의 바다를 헤엄쳐 섬을 빠져나갔을 가능성에 대해 “페리호도 항해하는 데 흔들릴 만큼 물살이 빠르다”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지난 10일 히라오의 지문이 나온 차량이 섬에서 발견된 이후 추가 정보를 얻지 못해 “아직까지 섬에 있는지 솔직히 알 수 없다”고 말하는 형편이다.

이번 사건으로 마쓰야마 교도소를 포함한 이른바 ‘담장 없는 교도소’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인권 교도소로 알려진 이 같은 개방형 교도소는 일본에 총 4곳이 설치돼 있다. 가장 오래된 홋카이도(北海道) 아바시리(網走) 교도소는 1896년에 설치돼 수형자들에게 농장 등에서 작업을 시킨다. 1969년 개소한 지바(千葉)현 이치하라(市原) 교도소와 1968년 개소한 히로시마현 히로시마 교도소는 수형자에게 직업훈련을 시킨다. 1989년 이후 세 곳에선 탈옥수가 한 명도 없었던 반면, 마쓰야마 교도소에서만 히라오를 포함해 7명의 탈옥수가 발생했다. 1961년 개소 당시를 기준으로 하면 총 20명이 탈옥했다.

마쓰야마 교도소는 낮에는 민간 조선소에서 일반 직원들과 함께 용접 등의 작업을 하고 저녁에는 수형자들이 별도의 숙소 생활을 한다. 교도관들이 배치돼 있지만 철창이나 자물쇠, 높은 담장이 없다. 마쓰야마 교도소 출신 수형자의 재입소율은 6.9%에 불과해 전체 수형자의 41.4%에 비해 월등히 낮다. 이처럼 수형자의 재범 가능성을 낮추고 안정적인 사회복귀를 촉진한다는 평가도 이번 사건으로 빛이 다소 바랬다. 법무성은 최근 개방형 교도소의 탈옥방지 대책과 관련해 감시카메라 증설, 교도관 증원 외에 얼굴인식 기술의 도입, 수형자에게 위치추적장치(GPS)를 부착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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