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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인터뷰] “이상적인 도시 주거 해법? 멸종되어 가는 상가 아파트에서 찾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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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인터뷰] “이상적인 도시 주거 해법? 멸종되어 가는 상가 아파트에서 찾았죠”

입력
2017.11.03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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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만난 황두진 건축가가 저서 ‘가장 도시적인 삶’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그는 도시의 해법으로 상가 아파트를 제시하며 국내외 상가아파트 30채를 탐방했다. 민음사 제공
지난달 31일 만난 황두진 건축가가 저서 ‘가장 도시적인 삶’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그는 도시의 해법으로 상가 아파트를 제시하며 국내외 상가아파트 30채를 탐방했다. 민음사 제공

대형 서점까지 도보로 15분, 대형 병원까지 차로 5분, 문만 나서면 버스와 지하철이 널려 있고 지하엔 시장, 몇 층위에 극장, 건물 중앙엔 광장까지 있는 낙원 같은 주거공간이 서울에 과연 존재할까? 존재한다. 모두가 아는 서울시 종로구의 낙원상가가 그 주인공이다.

건축가 황두진의 신간 ‘가장 도시적인 삶’은 낙원상가를 비롯한 상가 아파트 탐방기다. 국내 건물 25채, 해외 건물 5채를 방문했다. 왜 상가 아파트인가. 31일 만난 황 소장은 1960년대 말~70년대 초 잠깐 유행했다 사라진 상가 아파트를 “백악기에 멸종한 공룡”에 비유했다.

“도시를 구성하는 키워드는 밀도와 복합입니다. 한국은 인구의 92%가 도시에 거주함에도 불구하고 밀도와 복합을 경험한 역사가 길지 않아요. 그래서 늘 도시 탈출을 꿈꾸며 전원 속 단독주택을 주거의 이상향으로 여깁니다. 하지만 우리가 도시에 사는 한 이상적인 도시 주거를 논의해야 해요.”

그가 상가 아파트를 도시 주거의 해법으로 지목한 이유는 토지 이용률이 높고, 저층에 상가가 있어 거리의 활력을 유지하며, 상주인구와 유동인구의 적절한 균형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상적인 건물이 이미 한국 건축사에 버젓이, 그것도 많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진다. “제 생각엔 상가 아파트가 너무 시대를 앞서 태어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복합 건물을 능숙하게 다루기 힘들었고, 거주자들이 불편을 호소하면서 상가 아파트는 마치 실패한 건물처럼 사라졌어요. 하지만 지금의 기술력이면 충분히 쾌적한 상가 아파트를 지을 수 있습니다.”

대구의 상가아파트 한양가든테라스. 아파트에서도 널찍한 마당을 누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민음사 제공
대구의 상가아파트 한양가든테라스. 아파트에서도 널찍한 마당을 누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민음사 제공

오래된 상가 아파트들은 지혜로운 노인처럼 21세기 건물들에 여러 시사점을 던진다. 서소문아파트에선 주변 상가의 연속성을 깨지 않으려는 배려를, 안산맨숀에선 아파트에서 옥상 텃밭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일아파트에선 시장과 아파트가 한 몸을 이루는 방법을 배운다. “요즘 건물들은 자기가 면한 도로에 뭘 해줄까를 고심하지 않아요. 건물이 도시 안에 존재하기 위한 조건은, 첫째 길을 향해 열려야 하고 둘째 시각적으로 근사해야 합니다. 마지막은 최대한 오래 살아야죠.”

책에 실린 사진은 황 소장이 직접 찍었다. 모든 건물은 정면에서, 정면 각도가 안 나오면 포토샵으로 붙여 기어이 정면을 만들었다. “사람의 초상화처럼 보이고 싶어서”다. “수십 년 된 건물들이지만 생각해보면 거의 저보다 나이가 어려요. 그런데 건물들을 직접 대면했을 때 ‘너 어쩌다 그렇게 늙었냐’란 탄식이 절로 나오더군요. 동안으로 유명한 나라가 왜 건물들은 무심하게 방치하는지… 그 처연함을 사진에 담고 싶었습니다.”

책에는 상가아파트 답사 코스와 가이드가 부록으로 딸려 있다. 각 건물이 누렸던 전성기, 그들로 인해 한때나마 활기 넘쳤던 도시의 흔적을 따라가볼 수 있다. “중구와 종로구 인구를 합쳐도 30만 명이 안 되는 걸 아세요? 도시 회귀는 필연이고 따라서 지금 사고를 전환해야 합니다. 단독주택은 주거의 미래가 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돼요. 도시에서의 편리한 삶이 뭔지 국가 차원에서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황수현 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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