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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코앞인데 몸집 불리는 부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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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코앞인데 몸집 불리는 부처들

입력
2017.03.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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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는 화학제품관리과…

고용부 일자리정책평가과 등 2, 3곳

올해 최소 30개 조직 신설 예정

정국 혼란 속 기강 잡기 뒷전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혈안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파면으로 새 정권 출범이 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각 정부 부처들이 경쟁적으로 새로운 조직을 신설하고 있다. 차기 정권에서 단행될 부처 조직개편에 대비해 일단 몸집을 불려놓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국 혼란 속에서 기강을 다잡아야 할 부처들이 제 잇속을 챙기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환경부는 지난해 사회 전체를 들썩이게 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태와 미세먼지 문제 대응 등을 위해 화학제품관리과 등 2개 과를 신설해 각 과당 9명씩 총 18명의 인력을 충원할 계획이라고 14일 밝혔다. 주요 현안이 터질 때마다 임시로 운영되던 태스크포스(TF)를 정식 조직으로 격상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국민안전처도 비상대비민방위정책관을 차관 직속 독립국(비상대비정책국)으로 격상하고, 북한의 국지도발에 대한 준비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위기관리지원과를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앞서 다른 부처들도 줄줄이 새로운 조직을 만들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일자리 중심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한다며 일자리정책평가과 등 2개과를 신설했고 보건복지부도 올해 중 원격의료 전담부서인 의료정보정책(가칭)과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기획재정부, 행정자치부,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 조달청 등도 저마다의 필요성을 내세우며 새로운 국, 과 등을 신설했다. 행자부에 따르면 올해 정부예산안에 반영된 중앙부처 본부 내 새 조직만 30개에 달해 실제로 신설되는 조직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부처들은 정책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의 일환일 뿐이라고 항변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해 가습기 살균제 등을 거치며 국민체감형 환경문제를 전담할 부서가 절실했다”며 오히려 늦은 감이 다분한 조직 신설임을 강조했다. 정부 조직 소관 부처인 행자부도 “중앙부처의 조직 신설 규모는 오히려 예년보다 줄어들었다”며 몸집 불리기 의혹에 손사래를 친다.

하지만 굳이 이 시점에 앞다퉈 조직 신설에 나서는 것은 “지금이 조직개편 타이밍”이라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정권만 바뀌면 방만한 조직을 효율화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니 1,2년 정도는 조직을 못 키우는 게 사실”이라며 “조직을 늘려놔야 하는 지금 이 시점에 장관들이 열심히 뛰면서 기재부나 행자부를 설득하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처 조직을 떼내서 붙이는 것이 반복되니 매 정권 말마다 부처들의 제 밥그릇 챙기기가 극성을 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존폐 기로에 서 있는 부처 공무원들은 좌불안석이다. 대선 후보마다 분리 및 통합 필요성을 밝히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의 한 고위공무원은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 체계가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았는데 또 흔들면 향후 1,2년은 다시 조직 정비에 허비하게 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통상 관련 조직의 분리가 거론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공무원 역시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통상 보복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도 통상 조직을 관할하는 부처가 자꾸 바뀌면서 생긴 허점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고용부가 일자리 관련 2개과를 신설한 것도 복지부와의 통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선제 조치가 아니냐는 관측이 흘러 나온다.

전문가들은 탄핵 정국에서 안정에 주력해야 할 부처들이 주요 현안에는 복지부동으로 일관하면서 조직 늘리기에만 혈안이 돼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특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따로 꾸려지지 않는 이번 대선의 경우 우선순위와 시급성을 따져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저마다 근거가 있는 조직 신설 자체를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라면서도 “조직을 신설하는 데 들이는 역량만큼이나 필요성이 적어진 조직을 도려내려는 노력도 병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인수위 부재 등으로 새 정부 들어서도 신설 조직이 없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부처마다 보험 성격으로 인력을 늘리려고 하는 상황”이라며 “정책의 성과관리와 조직 팽창을 엄격하게 제어할 범 부처 컨트롤타워가 가동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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