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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FA선언하고 공개 기도회도…마스코트가 살아있다

입력
2017.10.18 04:4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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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코트 최초로 자유계약선수(FA)를 신청했던 日 야쿠르트의 쓰바쿠로. 야쿠르트 홈페이지 캡처
마스코트 최초로 자유계약선수(FA)를 신청했던 日 야쿠르트의 쓰바쿠로. 야쿠르트 홈페이지 캡처

프로스포츠에서 마스코트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단순히 팀을 상징하는 것을 넘어 직접 팬들과 호흡하며 ‘미친 존재감’을 뽐낸다. 그러다 보니 귀한 대접도 받는다.

일본프로야구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마스코트 ‘쓰바쿠로’는 2012년 말 마스코트 최초로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가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1994년 탄생해 올해로 만 23세인 쓰바쿠로는 FA 협상 당시 연봉을 1만엔(약 10만원)으로 동결 하는 대신 ‘야쿠르트 무제한, 원정 시 맥주 제공, 뒤돌아 넘기 성공 시 2,896만엔(2억9,000만원) 보너스 지급’ 등 다양한 옵션을 내걸었다. 다만 뒤돌아 넘기는 아직까지 성공하지 못해 거액의 보너스는 없었다. 야쿠르트 스왈로스는 쓰바쿠로의 폭발적인 인기 덕분에 같은 도쿄를 지역연고로 하는 요미우리 자이언츠 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한 인지도를 얻고 있다.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가입한 필리 패너틱. 필라델피아 홈페이지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 가입한 필리 패너틱. 필라델피아 홈페이지

미국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마스코트 ‘필리 패너틱’은 전역에서 사랑 받는 인기 스타다. 몸값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홈 경기 때 시급 600달러(67만6,000원)를 받는다는 ‘소문’이 있다. 1978년 처음 등장해 내년이면 어느덧 불혹에 접어드는 패너틱은 시즌뿐만 아니라 비시즌에도 여기저기서 ‘러브 콜’을 받아 행사참가에 바쁘다. 12월 크리스마스 축제 때는 ‘팬타클로스’(패너틱+산타클로스)로 변신하기도 한다.

2016년 1월 국내 프로스포츠 구단 사상 최초로 연봉 협상을 요구한 마스코트 단디. NC 제공
2016년 1월 국내 프로스포츠 구단 사상 최초로 연봉 협상을 요구한 마스코트 단디. NC 제공

국내 프로야구도 세계화의 흐름에 맞춰 마스코트가 세상 밖으로 나왔다. 2016년 1월말엔 NC의 마스코트 ‘단디’가 구단 프런트에 갑자기 연봉 협상을 요구했다. 전례 없는 일에 야구판이 화들짝 뒤집어졌다. ‘강경한’ 단디의 태도에 구단 관계자는 진땀을 빼기도 했지만 협상 3일만에 도장을 찍었다. 구단 SNS에 단디의 ‘업무태만’ 사진을 팬들이 제보하자 자세를 낮췄다. 구체적인 금액은 밝히지 않았고 핵심 옵션 ‘자주 씻겨줄 것, 프로필 촬영, 행사 적극 지원’ 등을 달았다.

단디가 지난해 연봉 협상 파문을 일으키며 주목을 받았다면 올해는 또 다른 신흥 강자가 나타났다. SK의 마스코트 ‘아테나’다. 아테나는 직접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며 자신을 ‘공인’이라고 설정했다. 16일 현재 ‘좋아요’를 누른 인원은 4,451명에 달한다. 본인 스스로를 ‘승리의 여신’이라고 지칭하면서 공개 승리 기도회를 여는가 하면, 팀 에이스 메릴 켈리가 도망가지 못하게 여권을 뺏기도 한다. 직접 기도일지를 작성,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도 자기 몫이 크다고 자부한다.

자칭 승리의 여신 SK 아테나가 공개 기도회를 예고하고 있다. 페이스북 아테나 페이지
자칭 승리의 여신 SK 아테나가 공개 기도회를 예고하고 있다. 페이스북 아테나 페이지

요즘 가장 ‘핫’하다는 단디와 아테나를 본보에서 직접 만나보려고 했다. 하지만 단디는 가을 야구를 하고 있는 팀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아테나는 시즌을 다 마쳤다는 이유로 대면 인터뷰를 고사했다. 대신 이메일 인터뷰에는 응했다.

단디는 리그 최초 연봉 협상이라는 새 지평을 연 것에 대한 자부심이 넘쳤다. “사실 그렇게 일이 커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다른 마스코트 친구들이 연봉 협상을 한다거나, 새로운 활동을 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내 덕인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나한테 감사 인사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아테나도 4,000여명이 팔로우하는 SNS 스타답게 겸손함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자기 소개를 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내가 손만 댔다 하면, 선수들은 홈런을 친다. 팬들은 눈을 뗄 수 없게 하며, 방송국 카메라까지 따라다니게 만드는 초특급 슈퍼스타 아테나야. 나의 SNS 페이지를 한번도 못 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본 사람은 절대 없다. 일단 한번 들어와 봐. 웃겨는 드릴게.”

단디는 최근 동료 마스코트 ‘쎄리’와의 내부 인기 경쟁에 신경이 쓰이는데, 타 구단 마스코트까지 인기몰이를 하자 위기 의식을 느끼고 있다. “나는 클래스가 있다”고 자기최면을 걸며 내색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초조함을 숨길 수는 없었다. “새로 합류한 아테나도 재미 있고, 한화의 ‘수리’도 귀엽다. 수리는 알에서 갓 태어났는데 시구를 잘하더라. 구단 직원의 도움을 받아 모니터링을 하면서 가끔은 질투를 느끼기도 한다. 가끔은 우리 팬들이 따끔하게 ‘FA 먹튀’가 되지 말라며 지적도 해주신다. 그래도 나는 지금처럼 모든 팬들에게 사랑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직 배가 고프다.”

지난해 처음 ‘인간계’로 내려와 SK의 마스코트를 맡은 아테나는 올해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힘을 보태며 ‘2년차 징크스’ 우려를 말끔히 씻었다. 시즌 동안 기도하느라 모든 에너지를 쏟은 탓인지 현재 휴식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팀 승리를 위해 ‘열일’하다 보니까 기도력을 너무 많이 소진했다. 내년 시즌 원기 회복을 위해 제주도에 가서 한라산의 정기를 받아올까, 아니면 선수단 소식을 궁금해하는 팬들을 위해 움직여볼까 고민 중이다. 비시즌에도 온통 SK 생각뿐이다.”

자기 잘 난 맛에 사는 단디와 아테나가 더 이루고 싶은 것이 있을까. 없을 줄 알았지만 이 순간만큼은 진지했다. 단디는 “요즘 야구장 곳곳의 빈 관중석을 볼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며 “일단 지금은 2019년 신축 야구장에서 만원 관중을 채워보고 싶다. 이 목표를 달성하고 또 다른 목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아테나는 “여신이 한번 맡은 일은 끝장을 봐야지”라며 “팀 우승을 시키고 나서 다음 거취를 고민해 보겠다”고 답했다. 이어 “인생은 이호준처럼, 마스코트는 아테나처럼”이라고 구호를 외치며 이메일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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