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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예멘 전쟁’ 잊으셨나요… 국민 8명 중 1명이 피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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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예멘 전쟁’ 잊으셨나요… 국민 8명 중 1명이 피란 중

입력
2016.10.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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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제 떠오른 시리아에 가려

美ㆍ英 직접 개입에도 관심 부족

평화적 해결 가능성 점점 낮아져

사우디ㆍ이란 고래싸움에 휘말려

“사우디軍 공습 배후에 미국 있다”

이란은 반군 도와 구축함 파견

“서방, 사우디 무기 지원 중단하라”

국제사회 목소리 커지기 시작

‘평화 중재자’ 오만 역할 중요해져

예멘 보안군들이 차량 폭탄 테러가 발생한 29일 예멘 남부 도시 아덴에서 폭발물 잔해를 수집하고 있다. 아덴(예멘)=AFP 연합뉴스
예멘 보안군들이 차량 폭탄 테러가 발생한 29일 예멘 남부 도시 아덴에서 폭발물 잔해를 수집하고 있다. 아덴(예멘)=AFP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대리전으로 불리는 ‘예멘 내전’이 잊혀지고 있다. 미국과 영국까지 직접 뛰어들면서 ‘중동의 또 다른 화약고’로 떠오르고 있는데도 시리아 내전에 가려져 버렸기 때문이다. 시리아 전쟁이 엄청난 난민을 양산하면서 세계 문제화되는 반면, 예멘 전쟁은 ‘이슬람 종파 간 전쟁’ 혹은 ‘부족 전쟁’ 정도로 치부되면서 그 심각성은 실제보다 훨씬 축소되고 있다.

더구나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이 최근 유엔이 제안한 평화안을 거부, 해결 가능성은 더욱 요원해진 상태다. 평화안에는 ▦후티 반군이 예멘 수도 사나에서 철수하고 무장을 해제하면 ▦하디 대통령이 새 부통령을 선임해 양측이 동등하게 참여하는 정부를 구성토록 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하디 대통령은 “반군만 이롭게 하는 내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후티 반군과 사우디가 최근 공수를 주고받으면서 예멘의 혼란은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장례식장 폭격으로 증폭된 내전

예멘 내전의 심각성이 세계인의 뇌리에 제대로 인식된 것은 개전 1년 반이나 지난 8일이었다. 당시 사우디 공군이 주축이 된 연합군은 예멘 수도 사나에서 진행된 시아파 후티 반군 유력인사의 장례식장을 폭격, 150여명이 숨지고 520여명이 다쳤다. 후티 반군 갈라 알라위샨 내무장관이 부친상을 치르던 장례식장에는 각계 조문객이 몰리면서 희생자가 대거 발생했다. 사우디는 “연합군이 장례식장을 공격했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변명하다 유엔이 장례식장 공습에 대한 진상 조사에 나서는 등 국제적인 비난이 거세게 일자 그제야 “잘못된 정보에 의한 연합군의 오폭”이라고 인정하고 부상자 치료를 지원하는 등 부랴부랴 뒷수습에 나섰다.

장례식장 공습은 예멘뿐 아니라 사우디와 이란, 그리고 미국과 영국까지 예멘 내전 이해 당사자들의 긴장을 격화시켰다. 당장 ‘장례식장 참사의 배후에 미국이 있다’고 믿었던 후티 반군이 미군 구축함 메이슨 호를 향해 미사일 발사하며 반격에 나섰다. 이에 미 해군은 구축함 니체호를 동원, 홍해 인근 후티 반군 레이더 기지 3곳을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로 파괴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후티 반군을 지원하는 이란이 나서 소형 구축함 2척을 파견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몰렸다.

급기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보리스 존슨 영국 외교장관, 이스마일 오울드 셰이크 아흐메드 예멘 파견 유엔 특사는 18일 영국 런던에서 회동하고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이에 예멘은 19일 밤 11시 59분부터 72시간 동안 휴전에 돌입, 짧은 휴전에 접어들었다. 내전 발발 이후 6번째 휴전이다. 국제 사회의 거센 압박에 밀려 일단 휴전에 돌입했지만 혼란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1년6개월 내전에 8분의1 인구가 난민

지난해 3월 시작된 예멘 내전이 1년 6개월 이상 이어지면서 인구 2,400만 명 중 지금까지 사망자만 1만1,000여 명, 부상자는 3만5,000여 명에 달한다. 보금자리를 잃은 피난민은 320만 명을 넘어섰다. 민간인 사망자도 4,100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사우디 공군의 공습 대상이 시장과 광장, 결혼식 파티장, 장례식장 등 대중 이용 장소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고통은 산 자의 몫이기도 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에 따르면, 약 300만 명이 식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어린이 150만 명이 영양실조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집 근처에 떨어진 폭탄 파편을 머리와 팔에 맞고 중상을 입은 채 “나를 땅에 묻지 말아 주세요”라고 외친 6살 소년 파리드 샤키의 가느다란 외침은 세계를 울렸다. 평화로운 곳에 태어났다면 죽음이 뭔지도 모를 어린이가 주변인들이 전쟁 속에서 숨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토해 낸 것이다.

내전은 그렇지 않아도 아랍 내 최빈국이었던 예멘 경제와 사회 기반 시설을 완전히 파괴했다. 일각에서는 “예멘 내전이 예멘 내 알카에다의 세력 확장을 돕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예멘에 거점을 둔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와 IS 예멘 지부는 내전의 혼란을 틈타 세를 확장, 정부군에 큰 타격을 입히기도 했다.

국제사회는 사우디와 오만의 역할 주목

심각한 예멘 상황에 국제사회가 드디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내전에 관여한 서방 세계는 사우디에 대한 무기 공급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3월 미국과 영국에 “사우디에 대한 무기 납품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력히 권고했다. 실제로 후티 반군 장례식장 공습에 사용된 폭탄이 미국제 레이저 유도 폭탄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에 대한 적개심이 극에 달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서방국이 사우디에 군사적 목적의 연료 지원조차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면서 사우디의 ‘실세’로 알려진 무하마드 빈 살만(31) 부왕세자의 움직임에도 이목이 쏠린다. 국제적인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고 사우디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는데도 내치는 외면하고 인근 국가의 내전에 개입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실제 살만 부왕세자는 원유 수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연봉 삭감, 공공요금 인상 등 고강도의 경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살만 부왕세자는 사우디의 경제 활성화에 혼신의 노력하고 있다”면서 “그러면서 예멘을 계속 공격하는 것이 과연 옳은 판단인지 고심하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웃 국가인 오만의 역할도 중요하다. 오만은 후티 반군이 억류한 미국인 포로 2명을 석방하는 데 큰 역할을 했을뿐더러, 장례식장 폭격 당시 중상을 입은 후티 반군 관계자들을 임시 대피시키는 등 ‘갈등 중재’ 및 ‘평화 구역’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강유빈 인턴기자

16_예멘지도/2016-10-30(한국일보)
16_예멘지도/2016-10-30(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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