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라 기자

등록 : 2017.06.18 16:21
수정 : 2017.06.18 16:21

내 스타는 내가 키운다 ‘프듀2’가 남긴 뉴 팬덤

"1편보다 저조" 예상 깨고 화제 만발 속 막내려... "팬덤 과열" 지적도

등록 : 2017.06.18 16:21
수정 : 2017.06.18 16:21

Mnet '프로듀스 101' 시즌 2는 대중적이진 않지만,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며 16일 마지막 회 시청률 5.2%를 기록했다. CJ E&M 제공

‘프로듀스 101’ 남자편 연습생들

데뷔하기 전부터 조공 줄이어

지하철 버스 광고, 기부 이벤트…

여성팬들 특유 조공문화 발전

구매력 갖춘 ‘줌마픽’ ‘할미픽’도

“강다니엘은 우리 인생을 책임져 줄 수 없지만, 우린 강다니엘 인생을 책임져 주는 거죠.” Mnet 오디션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 2(프듀2)’의 애청자인 직장인 김가연(30·가명)씨는 지난 주말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두 달간 응원하던 아이돌 연습생 강다니엘이 이 프로그램 최종 대결에서 1위를 달성해 데뷔를 확정 지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과거엔 경제적 능력이 없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수입이 있으니 앞으로 강다니엘을 위해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당초 ‘프듀2’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여자 아이돌 지망생이 출연해 대중성을 지녔던 1편과 달리 남자 시청자를 확보하지 못해 시청률이 저조하고 대중들의 눈길도 많이 끌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었다. 그러나 ‘프듀2’는 16일 마지막 회에서 1편의 최고시청률(4.4%·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을 넘어 시청률 5.2%를 기록했다. 온라인에선 여성 팬들끼리 10대를 ‘급식픽’(학교에서 급식을 먹는 10대가 선택했다는 의미), 20대를 ‘줌마픽’, 30대 이상을 ‘할미픽’이라 서로 부르며 그들만의 팬덤 문화를 조성했다. 최종 선발된 11명이 18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활동하게 될 그룹 워너원은 벌써부터 가요계의 태풍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프듀2’의 인기엔 10대뿐만 아니라 2030세대의 ‘팬심’도 작용했다. 구매력이 있는 2030 ‘누나 팬’들은 지하철과 버스 광고판, 편의점 전광판에 광고를 내거나 대학교에서 이른바 ‘조공 이벤트’(연습생 사진이 붙은 빵 등을 대학생에게 나눠 주며 프로그램 투표에서 한 표 행사를 부탁)를 벌이며 자신이 응원하는 연습생을 홍보하고 나섰다. 1회 집행에 100만원이 넘는 서울 지하철역 광고 대부분이 ‘프듀2’ 출연자 사진과 응원 문구로 채워졌고, 부산 등 지방 지하철역에도 ‘프듀2’ 응원 광고가 등장했다. 강다니엘 팬들이 한국고양이보호협회에 그의 이름으로 250만원을 기부하는 등 기발한 홍보 행태까지 나타났다.

이들이 연습생을 바라보는 시선은 ‘동경’이 아니다. 실력이 부족하거나 환경이 열악한 연습생이 스타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서 이들을 옆에서 돕고 싶어한다. ‘프듀2’를 보며 모성애와 유사한 감정을 형성하기도 하고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기도 한다. 강다니엘을 좋아하는 직장인 김선희 (40·가명)씨는 “연습생이 피나는 노력으로 차근차근 올라가는 게 직장생활, 우리 사회와 다를 게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Mnet '프로듀스 101 시즌 2’에서 최종 11인에 들어 데뷔를 확정 지은 연습생 황민현이 순위 발표에 앞서 긴장된 표정을 짓고 있다. Mnet 방송화면 캡처

여성 팬들이 아이돌 가수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나, 데뷔하기도 전인 연습생들에게 형성된 팬덤은 새롭다. 이들을 향한 팬덤은 최근 남자 아이돌 그룹의 활동이 비수기를 맞으면서 더욱 강화된 면도 있다. 특히 1편보다 적극적으로 소비에 참여하는 팬들이 많아 연습생들의 상업적인 가치도 더 높아졌다. ‘프듀2’의 한 관계자는 “시장성이 생기니, 연습생들이 데뷔하기도 전에 광고 제의가 쏟아진다”고 귀띔했다.

지나치게 과열된 팬심은 연습생에게 되려 악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팬들은 출연자에 대해 근거 없는 비방을 주고받거나, 방송 비공개 현장을 몰래 촬영해 사진이나 영상을 팔기도 했다. 자신이 응원하는 연습생의 라이벌을 밀어내기 위해 일부러 순위 하위권 연습생에게 집중 투표하는 일명 ‘견제픽’ 등 기형적인 투표 현상이 발생해 우려를 낳기도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소속사나 팬클럽 주도 없이)자발적으로 움직이는 팬들이 늘어나면서 생겨난 문제”라며 “‘프듀2’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내부에서 어느 정도 문제를 해결했지만, 다음 3편에서는 부작용이 커질 수 있으니 보완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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