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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ㆍ복통 등 신학기증후군… 공부 강요 멈춰야

입력
2017.03.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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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입학 전 과도한 학업스트레스로 입학 후 '신학기증후군'에 시달리는 어린이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자진
초등학교 입학 전 과도한 학업스트레스로 입학 후 '신학기증후군'에 시달리는 어린이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자진

“엄마, 잠이 오지 않아. 머리도 아파.” 초등학교에 입학한 민영(8)의 잠투정이 1주일째다. 딸을 겨우 달래 방으로 돌려보냈지만 이불에 토하고 잠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엄마 옆에 눕히자 곧 잠들었다.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병원에 데려가도 별 증상이 없다는데 난감하네.” 이처럼 초등학교 입학 후 수면장애를 호소하거나, 소화불량에 걸리는 아이가 적지 않다. 헛기침하고 눈을 계속 깜빡이는 틱장애까지 생기기도 한다.

민영의 신학기증후군은 학업스트레스가 원인이다. 지난해 가을 유치원 친구 5명과 함께 친 영어학원 입학시험에서 혼자만 떨어지자 엄마는 초등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할 것이 걱정돼 겨우내 받아쓰기, 알파벳 암기, 덧셈‧뺄셈 등에 매달리게 했다. 이처럼 신학기증후군은 단순히 엄마와 떨어지기 싫은 분리불안장애가 아니라 엄마의 과도한 교육열 때문에 학업 스트레스에서 생긴다.

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코티졸)을 분비해 자율신경계를 활성화한다. 스트레스가 이어지면 코티졸이 계속 나와 면역세포 활성이 떨어져 감정조절이 안되고, 기억ㆍ집중력이 떨어진다. 감정조절이 서툰 아이는 불편한 마음을 아픈 몸으로 표현한다.

김은주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입학 전 선행학습을 많이 하는 초등학교 입학 자녀는 쌓인 스트레스로 수면장애, 우울증, 복통 등이 생긴다”고 말했다.

신학기증후군은 대부분 1~2개월 정도면 사라지지만 공부를 계속 강요하면 고학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 김 교수는 “아이를 다그치면서 선행학습을 시키면 마지못해 따르지만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자존감을 잃기 쉽다”며 “이런 상황이 6개월을 넘기면 주눅 들어 학업은 물론 학교생활 자체가 엉망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해결하려면 스트레스를 아이가 감당할 정도만 줘야 한다. 김 교수는 “성격이 예민하거나 불안해하는 자녀에게는 학기 초 학업부담을 줄여 다니는 학원을 늘리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자기 자녀가 남보다 한글과 영어를 깨치지 못했다고 걱정하는 것도 문제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학습이 아니라 정서발달이기 때문이다. 서천석 서울신경정신과 원장은 “이 시기 아이에게는 기본 인성 확립이 가장 중요한데 이를 생략한 채 글자 배우기에 집착하면, 생각하는 힘이 제대로 생기지 못해 아이의 습득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녀가 제대로 공부 못한다고 엄마가 불안해하면 콤플렉스가 생길 수 있다”며 “내 자녀가 지금과 달라질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부정보다 긍정, 걱정보다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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