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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포커스] 스웨덴에서 온 노래... ‘도깨비’ OST 인기 비결

입력
2017.01.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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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차트는 ‘도깨비’ 세상

공유 메밀밭 장면서 나온 ‘허쉬’

문득 생각난 스웨덴 가수에 맡겨

*드라마 OST의 법칙

노래가 대사를 잡아먹으면 안돼

영어 노래 사용도

*가수들이 먼저 참여 요청

음원시장 점유율 5년 새 2배로

A급 가창료 한 곡에 3000만원 이상

배우 공유가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메밀밭을 걷고 있는 장면에서 스웨덴 가수 라세 린드(오른쪽)의 ‘허쉬’란 노래가 흐른다. 스웨덴에서 작업한 곡으로, 그의 쓸쓸한 음색이 드라마에 잘 녹는다. 화앤담픽처스, 칠리뮤직 제공
배우 공유가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메밀밭을 걷고 있는 장면에서 스웨덴 가수 라세 린드(오른쪽)의 ‘허쉬’란 노래가 흐른다. 스웨덴에서 작업한 곡으로, 그의 쓸쓸한 음색이 드라마에 잘 녹는다. 화앤담픽처스, 칠리뮤직 제공

지난해 10월 tvN 드라마 ‘도깨비’ 방송 전 대본을 읽던 어느 날이었다. 김신(공유)이 메밀밭을 거닐며 지은탁(김고은)을 떠올리는 모습이 외로우면서도 따뜻하게 머리 속에 그려졌던 그날 ‘도깨비’의 남혜승 음악감독은 스웨덴으로 전화를 걸었다. 대본을 읽고 드라마 OST에 쓸 ‘허쉬’를 작곡했는데, 떠오른 가수가 라세 린드였다. 남 감독은 “린드의 슬픔을 강요하지 않는 쓸쓸한 음색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 영상 통화로 린드에 드라마 내용을 설명했고, 린드는 스웨덴에서 부른 가이드 음원 파일을 서울로 보냈다. 8마디씩, 여러 톤으로 달리 불러 드라마에 맞는 목소리 톤을 찾는 작업이 반복됐다. 린드의 ‘허쉬’는 이후 드라마 속 김신이 메밀밭에 혼자 앉아 있는 장면 등에 삽입돼 낭만을 더했다. 린드는 MBC 시트콤 ‘소울 메이트’(2006)에 삽입된 ‘커먼 스루’로 국내 음악 팬들에게도 친숙한 외국 가수다.

tvN 드라마 '도깨비' OST 음원 열풍을 이끌고 있는 가수들. 소유(왼쪽 위 부터 시계 방향으로)와 크러쉬, 샘 김, 에일리 등이 OST 작업에 참여했다. 스타쉽·KBS 등 제공
tvN 드라마 '도깨비' OST 음원 열풍을 이끌고 있는 가수들. 소유(왼쪽 위 부터 시계 방향으로)와 크러쉬, 샘 김, 에일리 등이 OST 작업에 참여했다. 스타쉽·KBS 등 제공

김은숙 작가가 가사 쓴 줄… 이유 있는 ‘도깨비’ OST 열풍

지난 21일 드라마는 막을 내렸지만 ‘도깨비’의 여운은 끝나지 않았다. 시청자들은 드라마 OST를 무한 반복하며 김신과 지은탁의 운명적인 사랑을 곱씹었다. 음원차트는 ‘도깨비 세상’이다. 지난 7일 공개된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에일리)는 25일에도 멜론 등 주요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차지했고, 톱10에는 ‘뷰티풀’(크러쉬), ‘아이 미스 유’(소유) 등 ‘도깨비’ OST가 네 곡이나 포함됐다. 방송이 시작된 지난해 12월부터 두 달 넘게 차트를 강타하고 있는 ‘도깨비’ OST의 성공이 드라마 인기에만 의존하는 건 아니다.

송동훈 CJ E&M 음악사업부문 부장에 따르면 ‘도깨비’ OST는 남 감독을 포함해 6명이 방송 6개월 전부터 기획했다. 새로운 목소리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탐정처럼 뒤졌다. ‘후 아 유’를 부른 가수 샘 김은 유튜브에 올려진 한 영상에 제작팀이 모두 반해 캐스팅 된 사례다.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부른 영상이었는데 그가 부를 것 같지 않은 장르의 노래를 솔 느낌으로 어마어마하게 살렸기에 섭외했다는 게 ‘도깨비’ OST 제작진의 설명이다. 무대 위에서 폭발력 있는 고음을 자랑하며 흥겨운 댄스 곡을 주로 불렀던 에일리에게 발라드 곡을 맡겨 반전을 준 것도 성공한 모험 중 하나였다.

무엇보다 가사에 신경을 많이 썼다. 드라마 내용과 대사의 톤을 잘 녹여야 OST도 빛난다.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의 가사를 쓴 이미나 작가는 ‘도깨비’의 대본을 보고 또 보며 김은숙 작가의 대사 톤을 연구했다. ‘첫눈처럼 내가 가겠다’ ‘몹시도 좋았다’ 등 마치 공유가 드라마에서 했을 법한 대사를 가사로 만들어 곡에 대한 공감을 키웠다. 남 감독은 “OST의 가사는 또 하나의 대사이자 드라마의 지문”이라며 “일반 가요와 OST가 다른 점”이라고 말했다.

남 감독의 말처럼 드라마 OST에는 지켜야 할 법칙이 있다. 드라마에서 OST가 배우의 대사를 ‘잡아먹으면’ 안 된다. 드라마 OST로 영어로 된 노래를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깨비’에도 린드의 노래를 비롯해 ‘앤드 아임 히어’, ‘라운드 앤 라운드’ 등 영어 노래 세 곡이 실렸다. 방송 중인 드라마 ‘불어라 미풍아’ OST 제작을 맡고 있는 이성권 더하기미디어 대표는 “영어로 된 노래는 시청자들이 가사를 흘려 들어 배우의 대사와 충돌하지 않는다”며 “카페 장면 등에 팝송을 주로 트는 게 비슷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박효신, 거미가 가창 섭외 1순위”… 가수가 직접 요청하기도

‘도깨비’ OST의 음원 열풍에서 엿볼 수 있듯 음원 시장에서 드라마 OST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음원 차트 톱100에 오른 곡 위주로 돌려 듣는 소비자들이 드라마에서 들어 익숙한 노래만 찾아 듣는 경향이 해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어서다. 멜론 등 6개 음원 사이트의 음원 소비량을 조사하는 가온차트에 따르면 지난해 드라마 OST의 음원 시장 점유율은 5년 전인 2011년 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드라마 OST에 귀를 기울이는 음악 팬들이 많아지자 가수들이 먼저 드라마 OST 참여를 요청하고 나서기도 한다. ‘도깨비’ OST 제작 관계자는 “드라마가 방송되자 많은 가수들이 직접적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내와 놀랐다”며 “이미 가창자 라인업이 짜여 있는 상황이라 난감했다”고 귀띔했다.

드라마 OST 제작자들이 곡을 만들 때 가장 욕심을 내는 가창자는 누구일까. 여러 제작자들에 따르면 가수 박효신과 거미가 ‘섭외 1순위’다. 그룹 어반 자카파도 음원 반응이 좋아 ‘신흥 OST 강자’로 주목 받고 있다. 이들처럼 드라마 OST 제작자들 사이 ‘A급’으로 분류되는 가수들의 가창료는 한 곡에 최소 3,000만원 이상이다. 지니뮤직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들었던 드라마 OST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6)에 삽입된 이적의 ‘걱정 말아요 그대’로 조사됐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3년 간 드라마 OST 톱5

※제공: 지니 뮤직(집계 기준: 누적 스트리밍수·기간: 2014~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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