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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구의 동시동심] 숨은 글씨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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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구의 동시동심] 숨은 글씨 찾기

입력
2015.12.1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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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숨어 있는 것이 무얼까요?” 숨은 그림 찾기를 해보면 재미있는 장면을 그려놓고 그 속에 숨겨져 있는 그림을 찾으라 한다. 모자, 바나나, 잉크병, 부채 같은 것이 지붕 밑이나 나뭇가지 사이에나 사람의 옷자락 같은 데에 꼭꼭 숨어 있다. 찾을 땐 영 안 보이지만 찾아놓고 보면 저게 왜 안 보였던가 싶게 숨은 그림이 뚜렷이 보이니 참 신기하다. 그림 속에 그림을 교묘하게 숨겨놓는 화가의 재주가 감탄스럽다.

동시 ‘숨은 글씨 찾기’도 숨은 그림 찾기의 원리로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띄어쓰기를 안 해서 시각적으로 의미가 바로 들어오지 않고 궁금증을 자아내는데, 일단 첫 행을 읽으면 박자를 맞춰가며 끝까지 읽게 된다. 무슨 심오한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다. 숨은 낱말을 찾아보라는 안내문을 재미있게 쓴 것인데, 바로 그 안내문 속에 낱말을 숨겨놓았다. 그런데 숨은 낱말 찾기라 하지 않고 숨은 글씨 찾기라고 했다. 기린, 이빨, 아기, 똥 등 아이들이 재미있어할 만한 사물들이지만, 그 사물들이 아니라 그냥 ‘글씨’, 글자도 아닌 글씨를 찾으라고 짐짓 능청을 떤다. 구운 오징어로 유혹하면서 말이다.

서대문 연희문학창작촌에서 있었던 ‘봄 마중, 동시 마중’ 행사 때는 이 시를 쓴 신민규 시인이 직접 나와, 시를 걸어놓고 아이들에게 숨은 글씨를 찾게 했다. 그리고 숨은 글씨를 찾아낸 아이들에게는 실제로 오징어 선물을 주었다. 아이들이 환호한 것은 물론이다. 제시된 여섯 개 낱말 말고 다른 낱말도 더 찾아냈다. 아쉽게도 오징어를 먹다 남긴 아이에게 ‘마빡 한 대’를 선사하진 못했다.

이상(李箱)은 1930년대에 ‘조선중앙일보’에 띄어쓰기를 안 하는 등 파격적인 형태파괴시 ‘오감도’ 연작을 발표하다 독자들의 항의로 연재를 중단한 적이 있다. 그만한 파격은 아니지만, ‘놀이로서의 동시’를 밀고 나가 동심의 영역과 심리의 구조를 재발견하는 신인 신민규의 방법이 어디로 튈지 사뭇 기대가 된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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