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강 기자

김주영 기자

등록 : 2017.12.14 04:40
수정 : 2017.12.14 13:18

머리 위 '거대 콘크리트' 대전차방호벽, 안전합니까?

[View&]안전관리 '깜깜' 대전차방호벽의 실태

등록 : 2017.12.14 04:40
수정 : 2017.12.14 13:18

거대한 ‘고가낙석’형 대전차방호벽이 경기 파주시 법원읍 금곡리 도로 위를 가로지르며 설치돼 있다. 유사시 발파를 통해 무너뜨려 적 전차의 남하를 막기 위한 군 시설이다. 대전차방호벽 대부분이 노후 되고 시민 생활과 밀접한 도로에 설치된 만큼 체계적인 관리와 점검이 필요하다.

자유로 가양대교 북단 부근 서울시와 경기 고양시의 경계 지점에 설치된 ‘고가낙석’형 대전차방호벽. 유사시 발파를 통해 떨어뜨리기 위해 천장에 설치한 수십 개의 콘크리트 블록이 보인다. 가로 1m 세로 1m 높이 1.5m 크기의 콘크리트 무게는 3~4t가량으로 추정된다.

자유로 상에 설치된 대전차방호벽 아래로 차량들이 무심히 지나고 있다. 대전차방호벽 대다수가 시민 생활과 밀접한 도로에 설치된 만큼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점검과 관리가 필요하다.

경기 파주시 월롱면 위전리의 한가한 시골길에 ‘도로낙석’형 대전차방호벽이 유물처럼 서 있다. 도로 체계가 발달하면서 과거 설치된 대전차방호벽의 위치가 군사적 효용성을 상실한 경우가 많다.

강원도나 경기 북부 지역 도로를 달리다 보면 흔히 마주치는 것 중 하나가 대전차방호벽이다.대전차방호벽은 유사시 무너뜨려 적 전차의 남하를 지연시키기 위한 군 작전 시설로 도로 양 옆에 콘크리트 블록을 장벽처럼 세운 ‘도로낙석’과 터널 형태의 ‘고가낙석’이 대표적이다. 현재 경기 북부에만 100개 이상 설치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육ㆍ해ㆍ공군의 첨단무기가 총동원되는 입체전 시대에 이러한 ‘구식’ 방호벽의 전술적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전차방호벽이 집중적으로 설치된 1970년대와 80년대 이후 서울로 향하는 우회도로가 크게 늘어난 점도 그 효용성을 의심케 한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 낫다’는 군의 논리를 수용하더라도 시민 안전과 밀접한 도로 위 거대 콘크리트에 대한 의문은 꼬리를 문다. 

# 30년 넘은 구조물, 안전할까?

대전차방호벽은 ‘서울 요새화 계획’이 수립된 197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전방지역에서 서울로 향하는 길목에 집중적으로 설치됐다. 일부 허물고 다시 세운 것도 있으나 대부분 설치된 지 30년 이상 된 노후 시설이다. 경기 파주시의 경우 관내 총 53개의 대전차방호벽 중1980년대 이전에 설치된 것은 41개, 77%에 달한다. 

콘크리트 구조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도가 약해진다. 아파트 재건축 연한이 30년인 점을 감안할 때 80년대 이전 설치된 대전차방호벽의 구조 약화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을 것으로 보인다. 차량 통행 시 발생하는 진동과 하중이 장기간 누적된 탓에 지반 침하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종국 시민안전감시센터 대표는 “콘크리트 강도가 강하면 부분적 지반 침하를 버텨 낼 수 있지만 강도가 약해져 한계에 이르게 되면 순식간에 붕괴될 수 있다”면서 “30년 이상 된 대전차방호벽의 경우 비파괴검사를 통해 콘크리트 강도와 철근 부식 정도를 점검해야만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北 전차 남하 막는 軍 작전 시설

대부분 30년 이상 된 콘크리트 구조물

보안시설 핑계로 관리 ‘사각’

지자체 “군부대 소관” 팔짱

그러나 대전차방호벽은 ‘보안 시설’이라는 이유로 안전 점검 및 관리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되고 있다. 도로 시설물을 관리하는 지자체는 군부대 소관이라며 손을 놓고 있고 군부대는 안전 점검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한국일보 View&(뷰엔)팀이 경기 파주와 의정부, 포천 일대의 대전차방호벽 20여개를 직접 살펴보니 콘크리트 블록과 이를 떠받친 기둥 모서리가 부식돼 떨어져 나가거나 옹벽이 갈라져 철근이 드러나는 등 관리 부실이 심각했다. 고가낙석 천장에서 누수가 발생하고 구조물이 훼손된 경우도 있었다. ‘접근 금지’나 ‘사진촬영 금지’ 등 흔한 경고문 하나 없어 과연 보안 시설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국방부 관계자는 “관할 부대에서 작전 때마다 수시로 육안을 통해 구조물 안전을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전방 근무 경험자들의 말은 달랐다. 육군 장교 출신 전모(45)씨는 “유사시에 대비한 발파 훈련 외에 안전 점검이란 걸 해 본 기억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천장 시설물이 훼손된 채 방치된 대전차방호벽. 고양시 덕양구.

콘크리트 블록과 지지대의 일부가 부식돼 떨어져 나간 도로낙석. 포천시 영증면.

갈라진 옹벽에서 철근이 노출된 경우도 있다. 파주시 파주읍.

’보안 시설’이라는 도로낙석의 작전용 철골 구조물이 훼손된 채 방치되고 있다. 포천시 영중면 영송리.

#지진에도 끄떡없다?

경주와 포항 지진 이후 일부 전문가들은 수도권 강진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지만 대전차방호벽에는 내진설계가 적용되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대부분 오래된 데다 유사시 무너뜨릴 목적으로 설치됐기 때문에 내진에 대한 개념이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가로1m 세로1m 높이 2m인 콘크리트 블록의 무게는 약4.6t, 이를 20여㎝ 두께의 기둥 위에 얹은 도로낙석의 경우 ‘철근 연결 없는 필로티’ 구조라 지진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차량통행이 많은 고가낙석은 강진 발생 시 더욱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 자유로 상 고가낙석의 경우 1일 통행량 전국 최대인 25만여대의 차량이 그 밑을 지난다. 자유로 고가낙석에는 상ㆍ하행선 각각 120t 이상의 하중이 실려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차량 사고 유발자 아닌가요?

방호벽 바로 앞에서 차로가 갑자기 줄어들거나 자동차 전용도로 위에 세워진 기둥으로 인해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급하게 핸들을 꺾어야만 통과가 가능한 경우, 보행로를 제대로 확보하지 않아 방호벽을 지나는 주민들이 생명의 위험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고속으로 달리는 대형차량의 충돌로 인해 구조물이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자유로 고가낙석 천장에 남은 긁힌 자국들이 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한다. 

자유로 상에 설치된 대전차방호벽 아래로 차량들이 무심히 지나고 있다. 대전차방호벽 대다수가 시민 생활과 밀접한 도로에 설치된 만큼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점검과 관리가 필요하다.

포천시 영중면 영송리의 시도 9호선에서 한 차량이 역주행을 하고 있다. 도로 확장 시 기존에 설치된 도로낙석(왼쪽)을 철거하지 않고 새 도로낙석을 설치하면서 도로가 갈라지면서 역주행 사고가 빈번하다.

파주시 파평면 두포리의 도로낙석 구간에서 군용 트럭과 굴삭기가 교차 통행을 하고 있다. 기존에 설치된 대전차방호벽으로 인해 도로 확장이 기형적으로 이루어진 경우다.

고양시 덕양구 내유동의 고가낙석을 한 주민이 걸어서 통과하고 있다. 보행로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사고위험이 상존한다.

자유로 상 대전차방호벽 천장에 대형 차량에 의해 긁히고 부딪힌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철거, 못 하나 안 하나?

교통사고와 체증 유발, 전방 이미지 등 군에 의해 설치된 대전차방호벽으로 인해 민원이 끊이지 않지만 고민은 지자체만의 몫이다. 철거나 이전을 하고 싶어도 군의 비협조와 예산 문제로 인해 실행이 쉽지 않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안보와 관련된 시설이라 군 협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군과 협의가 된 후에도 예산 전체를 지자체가 마련해야 하니 실제 철거나 정비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전했다. 

안보와 현실 사이를 위태롭게 지켜 온 대전차방호벽은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언제든지 시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구조물 안전점검과 철거, 이전 등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군 당국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가 시급하다.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자유로 상 대전차방호벽.

포천시 창수면 주원리의 도로낙석.

고양시 덕양구의 한 대전차방호벽 주변에 군부대용으로 보이는 팻말이 나뒹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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