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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FTA 재협상론 꺼낸 건 ‘美 여론 달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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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FTA 재협상론 꺼낸 건 ‘美 여론 달래기’

입력
2017.07.0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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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이 기울어진 운동장

평평하게 펴도록 노력 확인”

회담 후 트위터에 글 올려

장하성 靑 정책실장은 즉각 진화

“정상회담서 재협상 합의 없어”

文대통령도 “합의 외 얘기” 일축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전(현지시간)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 언론 발표를 하고 있다. 워싱턴=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전(현지시간)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 언론 발표를 하고 있다. 워싱턴=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가 양국간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선언문에도 없는 재협상을 기정사실화 하면서다.

트럼트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단독 정상회담 모두발언부터 “지금 우리는 한국과 무역협정을 재논의하고 있다. 공정한 협정이 되길 바란다”고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는 공동 언론발표에서도 “한미 무역협정이 체결된 이래 미국의 무역적자는 110억 달러 이상 증가했다. 그다지 좋은 협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철강이나 자동차 분야를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하지만 7시간 뒤에 나온 공동성명에는 한미 FTA재협상은 한 마디도 언급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선언문에도 없는 한미 FTA 재협상을 거칠게 밀어붙이자 청와대는 즉각 진화에 나섰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도중 한미 FTA재협상 필요성을 거론한 상황을 전달하면서 “문 대통령이 한미 FTA의 상호 호혜성을 강조하면서 양측 실무진이 한‧미 FTA 시행 이후에 효과를 공동으로 분석, 조사 평가할 것을 제의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으며 정상회담에서 FTA 재협상에 대한 양측 간 합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1일 워싱턴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FTA 재협상은 합의 외의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한미 정상회담 이후 기다렸다는 듯 한미FTA 재협상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월버 로스 상무장관은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식에 참석해 “(한미FTA 재협상에서) 일부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로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의 무역협정이 2주 전에 만기가 도래했다”고 주장하며 “우리가 앞으로 협상을 잘 할 것 같지 않냐”고 묻자 이 같이 맞장구를 쳤다.

백악관도 가세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수석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재협상 절차를 시작하기 위한 특별공동위원회를 소집할 것”이라고 밝혔다. 샌더스 부대변인은 한미FTA 재협상이 진행중인 것처럼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사실 여부를 확인을 요청하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재협상 관련 절차가 준비가 되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술 더 떠 자신의 트위터에 “문 대통령이 미국 노동자와 기업, 자동차 제조사들을 위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펴도록 노력하겠다고 확인했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마치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서 상당한 양보를 얻어낸 것처럼 언급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FTA 재협상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지만, 자국 내 여론을 달래기 위한 발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외신의 대체적 분석도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거센 통상 압력을 비껴갔다는 것으로 모아지고 있다. 부시ㆍ오바마 행정부에서 통상정책을 주도했던 웬디 커틀러 전 USTR 부대표는 LA타임스 인터뷰에서 “(재협상 발언은) 일방적 주장으로 들린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혼자 앞서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은 아니지만 한미FTA 재협상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선 4월 한미FTA를 포함한 모든 무역 협정을 전면 재검토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이에 따라 미 상무부와 USTR이 180일 이내에 관련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시간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이 오는 8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 돌입할 예정인 만큼, 한국과의 재협상은 그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FTA 재협상을 통상압력 카드로 활용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를 통해 자동차ㆍ철강 등의 산업분야에서 우리 정부의 양보를 얻어내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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