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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셀프 수습책’ 꺼낸 김 대법원장, 후속 조사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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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셀프 수습책’ 꺼낸 김 대법원장, 후속 조사 서둘러야

입력
2018.01.24 19:4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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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24일 법관 사찰 파문과 관련해 추가조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대법원장은 성명에서 “이번 일로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린 데 마음 깊이 사과드린다”며 “조사결과를 보완하고 공정한 관점에서 조치방향을 논의해 제시할 수 있는 기구를 조속히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유사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근본적 제도개선책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김 대법원장이 밝힌 대로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는 국민과 사법부 내부에 큰 충격을 안겼다. ‘양승태 대법원’이 법관을 사찰하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 담당 재판부의 동향을 파악하려 한 사실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위법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민주주의의 뿌리를 흔드는 중대한 사태다. 국민은 물론, 법원 내부의 현직 판사들도 사법권 독립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철저한 후속 조치를 촉구해 왔다.

드러난 사찰 문건도 문제지만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자료가 훨씬 많다는 게 더 심각하다. 의혹의 핵심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컴퓨터에는 접근조차 하지 못했고, 조사를 실시한 행정처 판사 컴퓨터 3대에 있던 760여 파일은 비밀번호가 설정돼 열어 보지 못했다. 이들 파일 가운데 300여개는 이미 삭제된 상태였다. 비밀번호가 걸려 있고 일부는 인위적으로 파일을 없앴다면 드러난 것 이상의 내용이 담겨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의혹이 증폭된 상황이어서 추가조사를 건너뛸 단계는 이미 지났다. 현직 대법관들이 “원 전 원장 재판에 관해 누구로부터 연락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지만 의혹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전국의 지역별 판사 대표 모임인 전국법관대표회의도 임시회의 소집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일각에선 검찰이나 특별검사의 강제수사를 거론하고 있으나 그에 앞서 대법원에서 추가조사를 통해 진상을 가리는 게 순서다. 사찰의 ‘윗선’이 어디까지 이르렀는지, 사찰 대상 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이 가해졌는지 등을 명확히 가리지 않으면 안 된다. 원 전 원장 대법원 상고심도 전원합의체로 넘긴 정확한 경위와 그 과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영향력 행사는 없었는지도 제대로 밝혀져야 한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대법원장과 의견을 달리하는 판사에 대한 탄압 정도가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행위다. 공정한 재판을 위한 소신보다 인사권자를 의식한 ‘눈치보기’ 판결을 할 개연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사법개혁의 시대적 과제를 안고 취임한 김 대법원장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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