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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락 “한미, 같은 게임플랜을 가지고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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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락 “한미, 같은 게임플랜을 가지고 있어야”

입력
2018.04.25 04:4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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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ㆍ29 합의’ 당시 北 설득 방식

한미가 번갈아 연쇄 회담하며

단기간에 원하는 목표로 도달

합의 집착하면 성과주의에 매몰돼

비핵화ㆍ평화 불균형 경계하고

중요 사안 앞세우고 결단해야

위성락 서울대 정치학과 객원교수(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한이 대화하고 싶어하는 미국을 잡아서 비핵화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며 "북한이라는 같은 대상으로, 비핵화라는 같은 목표를 향한 같은 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위성락 서울대 정치학과 객원교수(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한이 대화하고 싶어하는 미국을 잡아서 비핵화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며 "북한이라는 같은 대상으로, 비핵화라는 같은 목표를 향한 같은 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한미는 북한이라는 같은 상대와 비핵화라는 같은 목표를 가진 팀(Team)이다. 같은 게임 플랜을 갖고 있어야 한다.”

2009~2011년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맡아 북핵 관련 마지막 합의인 2ㆍ29 합의(2012년) 사전 회담을 이끌었던 위성락 서울대 정치학과 객원교수는 23일 본보 인터뷰에서 북한과의 연쇄 정상회담을 앞둔 한미에 이렇게 조언했다. 엄중한 상황에서 북한과의 협상 테이블에 직접 앉아본 그였기에 조언은 더 분명하고 신중했다.

그가 말하는 이상적인 한미의 팀플레이 조언은 과거 경험에서 비롯됐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및 핵 활동 중단과 대북 영양 지원을 맞바꾼다는 게 핵심 내용인 2ㆍ29 합의 사전 회담에서 위 교수는 미국에 이른바 ‘배턴 터치 플랜’을 제안했었다. 한미가 번갈아 북한을 설득함으로써 단기간에 원하는 목표까지 도달하는 방식이었다. 실제 2011년 7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의 1차 남북 비핵화 회담 뒤 북미-남북-북미 연쇄 배턴 터치 회담이 있었고, 이게 2ㆍ29 합의로 이어졌다. “한국이 북한을 설득하다 벽에 부딪히면 미국이 배턴을 받고, 이걸 다시 한국이 이어받아 부족한 부분을 보완했습니다. 한미가 유사한 게임 플랜을 갖고 일종의 팀플레이를 한 거죠.”

2ㆍ29 합의는 북한이 2012년 4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두 달 만에 파기됐다. 하지만 당시 북한과의 합의 과정에서 한미가 체득한 경험은 현재 남북ㆍ북미 정상회담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실주의자인 그는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았다. 위 교수는 “비핵화에 대한 원칙적 합의가 남북 정상회담이 디딜 수 있는 첫 걸음”이라고 조언했다. 다만 비핵화와 평화체제 간 불균형은 경계해야 할 함정이다. 위 교수는 “여전히 북한은 우리하고는 비핵화보다 평화와 교류 협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 할 것”이라며 “비핵화와 평화 사이의 언밸런스가 만들어질 경우 그게 북한이 원하는 그림”이라고 지적했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지나친 기대도 금물이라는 게 그의 당부다. “성적표는 한두 달 뒤 북미 정상회담에서 나올 것”이라고 그는 본다. 위 교수는 “많은 게 북미에 달려있기 때문에 이번 남북에서는 원칙적 발표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이번 회담에선 ▦비핵화 원칙 ▦평화 정착 원칙 ▦교류 협력 원칙 정도가 선언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북미 사이에서도 원칙적 선언을 넘어서기 어렵다는 게 그의 관측이다. 위 교수는 “한번에 (비핵화) 타결이 되면 좋은데, 지금 트럼프와 김정은이 만나서 비핵화 로드맵을 만들 수는 없다”며 “그래서 원칙 선언이 나온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전 협상이 없었다는 게 이유다. 위 교수는 “이 정도 정상회담을 하려면 지난 1~2년간 많은 협상들이 있었어야 한다”며 “과거 협상에서도 북한이 뭘 주면 미국이 뭘 줄지 연결되지 않은 선언들이 나열된 탓에 이행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대북 협상에 한국은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그는 “협상이 어렵다고 해서 쉬운 것부터 접근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위 교수는 “합의에 집착하면 성과주의에 매몰될 수 있다. 성과를 내려는 생각에 모호하고 추상적인 합의를 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건설적인 모호성은 결과적으로 파괴적이다. 해석 때문에 합의가 깨지게 된다”며 “중요 사안을 먼저 다루고 단기간에 정치적 결단으로 명료하게 합의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치 앞이 안 보이는 한반도 위기에서 그는 결국 팀플레이가 이정표가 될 거라고 했다. “지금까지의 회담보다 훨씬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우리가 비핵화와 평화라는 나무틀에 어느 정도 못질을 해놨는데, 그 규격이 미국과 맞지 않으면 어떻게 할까요. 규격이 맞아야 작품이 완성이 됩니다.”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위성락은

2009년부터 2년 6개월간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맡았고 이후 2015년까지 주러시아 대사를 지냈다. 그 전에는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수석실 행정관, 주미 공사를 거친 뒤 2003년 제2차 북핵 위기 당시 외교부 북미국장을 맡아 북핵 정책을 조율했다. 외교부 내에서 북미ㆍ북핵ㆍ러시아통으로 불린다. 현재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러시아 리포트’(1998)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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