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조율 과정서 전략 도출
北 대화의 장 이끌 공간 생겨
文 “北 협상 테이블 나오면
개성공단ㆍ금강산 재개 가능”
단계적 비핵화 입장 밝혀
安, 先 비핵화 전제로
4자ㆍ6자 대화 필요성 강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강도 압박과 대화가 뒤섞인 대북 정책을 천명하면서 한국의 차기 정권의 역할이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전방위 제재 국면에서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추면서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는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단계적 비핵화 입장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26일(현지시간) 합동성명 형식으로 발표한 대북정책을 통해 경제ㆍ외교적대북 압박 의지를 밝히면서 "(북한의 비핵화)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협상의 문을 열어두겠다"고도 밝혔다. 최근까지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선제타격을 비롯해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다며 제재와 압박만 강조했지만, 대화를 병행하는 투 트랙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과 대화 양면 전략이 미중 간 조율 과정에서 도출됐다는 점 또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은 미중정상회담 뒤 대북원유공급 중단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전례없는 수준의 대북압박 공세를 펴 왔다. 다른 한편으로 중국은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일본을 방문해 평화적 북핵문제 해결을 강조하는 등 북핵 협상 무드로의 전환 탐색전도 시도하고 있다. 강력한 대북제재를 통해 협상 테이블로 북한을 유인하겠다는 미중 간 전략이 동시 실행되고 있는 흐름이 분명해 보인다.
때를 맞춰 문재인 후보가 북핵 해법을 제시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문 후보는 이날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북한이 핵을 동결하고 그 토대 위에서 핵 폐기를 위한 협상 테이블에 나온다면 그 순간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재개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북한의 6차 핵실험 도발을 강력히 경고했다. 문 후보는 이어 “장기적으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재개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적어도 북과 대화국면이 조성돼야 가능하다”면서 “태양절(김일성 생일)과 창군절(북한 인민군 창설일)이 지나갔지만 6차 핵실험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고 했다. 문 후보는 이 자리에서 핵 추진 잠수함 도입 필요성도 언급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4자ㆍ6자 등 다양한 형태의 협의체 운용을 통한 비핵화를 강조하고 있다. 강력한 대북압박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 협상판으로 끌어내겠다는 미중의 구상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사정에 따르면 차기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고강도 제재에 동참하면서도 한미중 3국 협력을 통해 북한을 비핵화의 장으로 이끌어낼 공간이 생길 수도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을 언급한 것은 북핵문제에서 대화를 강조해온 중국과의 의견 차이가 좁혀지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 차기 정부의 운신 폭이 상당히 커지고 긍정적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미국이 북핵 협상 시작의 전제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여전한 불안 요소다.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위성락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는 “미국은 제재와 대화 모두 가능하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며 “미국이 강력한 협상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한국 차기 정권이 과도하게 해석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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