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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살며] 한국의 인종차별

입력
2015.11.27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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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를 주제로 한 김재영의 단편소설 ‘코끼리’는 한국에 온 이주 노동자들이 좇는 코리안드림 뒤에 가려진 거짓을 폭로한다. 소설은 주변부에 살면서 그들이 소비하는 물품들을 제조하는, 인종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한국 사회의 차별을 탐구한다.

이 소설이 제기하는 문제는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착취적인 정책 때문에 이주민들은 자신이 하찮은 존재라고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로 인해 생겨나는 일들은 한국사회의 다수가 무시하려는 추악한 진실을 드러낸다. 김재영의 단편은 이런 진실을 탐구하고 있다.

‘코끼리’는 네팔인 아버지와 중국 조선족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12세 소년의 이야기다. 어머니는 소년을 버렸고 소년은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그들의 집은 이주민 공장 노동자의 인구 비율이 높은 서울 외곽 식사동의 공업지역에서 돼지축사를 개조한 것이다. 소설에서 중요한 요소는 한국 사회에 편입하기 위한 소년의 분투다. 소년은 문화적 차이로 인해 학교에서 왕따 당하며 소외된다. 그러나 소년의 소외는 학교 왕따만의 문제가 아니다. 출생증명서도 없고 법적인 국적도 없는 소년은 정치적인 의미로 사람이 아니다.

눈물 흘리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 한국일보 자료사진
눈물 흘리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 한국일보 자료사진

소년의 아버지는 수년 간 고된 노동을 해온데다 아내까지 도망쳐서 망가지고 말았다. 소설에 등장하는 또 다른 캐릭터도 비슷하게 어려운 환경에서 살고 있다. 쿤이라는 이 젊은 네팔 남자는 피부가 희고, 머리를 금발로 염색한 뒤 미국인으로 통한다. 한국 소비문화의 중심지인 명동에 간 남자는 한국인이 인종을 대하는 방식을 발견한다. 소년과 이웃들이 동물 취급을 받는 반면 쿤은 이렇게 말한다. “한국 사람들은 단일민족이라 외국인한테 거부감을 갖는다고? 그래서 이주 노동자들한테 불친절한 거라고? 웃기는 소리 마. 미국 사람 앞에서는 안 그래. 친절하다 못해 비굴할 정도지.”

김재영은 한국에 인종적 위계질서가 있고 한국 사회에 인종차별이 단단히 박혀 있다고 말한다. 한국의 인종차별은 주로 다른 아시아 국가들을 향해 있다는 암시가 있다. 소설에 깔려 있는 생각은, 가난에서 벗어나 OECD에 가입하고 잘 사는 나라 중 하나가 돼 한국인은 더 이상 3D 일을 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코끼리’의 이주 노동자들이 예민하게 여기는 대목이다. “니들, 이 나라가 워떻게 오늘날 여기꺼정 왔는 줄 아냐?…하긴, 먹고 살기 힘들 때였으니까. 인제 한국 놈들은 이런 데서 일 안 혀. 막말로 씨발, 험한 일이니까 니들 시키지 존 일 시킬려고 데려왔간?”

‘코끼리’는 한국이 경제적 지위에 따라 다른 국가의 위계질서를 정한다는 생각도 담고 있다. 영국 같은 나라는 개발도상국가보다 선호된다. 영어에 대한 열정이 그런 생각을 대표하는데, 주인공 소년이 이를 직접 경험한다. 소년의 같은 반 친구 어머니는 소년이 외국인이고 자신의 아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그를 저녁에 초대한다. 어머니는 소년이 도착해 엉뚱한 종류의 ‘외국인’, 그러니까 영어에 능통한 백인이 아니란 걸 알고 실망한다.

이 소설에서 심지어 한국의 인종차별이 일종의 내면화된 백인 우월주의라는 것을 발견할 수도 있다. 소년은 한국인이 하얀 피부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표백제로 얼굴을 문지른다. “내가 바라는 건 미국 사람처럼 되는 게 아니었다. 그냥 한국 사람만큼만 하얗게, 아니 노랗게 되기를 바랐다.”

소설의 비관주의에도 불구하고 ‘코끼리’는 중요한 한국 소설 작품이다. 한국에는 150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80% 이상은 동남아시아에서 왔다. 개발도상국가에서 온 대다수의 이주자들은 고국으로 돌아갈 돈이 부족하다. 그들이 착취에 취약한 이유다.

한국 인구가 점점 고령화되면서 이주 노동자들은 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권리를 박탈당한 이들에게 어떤 꿈이 가능할까. ‘코끼리’는 이주 노동자를 통합시키고 한국인들과 똑 같은 기회를 제공하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배리 웰시 숙명여대 객원교수ㆍ서울북앤컬처클럽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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