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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안철수ㆍ유승민의 연대ㆍ통합이 성공하려면

입력
2017.11.27 13: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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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이 정치권의 화두가 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이 자유한국당에 복귀해 당의 존립이 흔들리는 유승민 대표와 내년 지방선거에서 반전을 기대하는 안철수 대표가 예상보다 빠른 연대ㆍ통합 행보를 도모해 정치권의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통합에 대한 국민의당의 내부 갈등이 심각해 급작스런 이합집산 전망은 조심스럽지만, 한국정치의 반목과 갈등의 기득권 양당정치를 종식하고 경쟁과 통합의 새정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중도세력의 연대와 통합은 반드시 필요하다. 향후 안ㆍ유 대표의 통합이 국민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몇 가지 원칙과 가치를 지켜야 한다.

첫째, 통합의 진정성이 필요하다. 연대·통합은 특정 계파의 이익이 아닌 구태정치를 바꾸기 위한 열정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낡은 정치구조의 개혁에 대한 뜨거운 가슴이 없이 당권과 대권, 선거 승리에 연연한다면 변화와 개혁을 바라는 잠재적 지지자들은 언제든 돌아설 것이다. 현재까지는 두 대표의 개혁과 통합에 대한 진정성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지만 잦은 당내ㆍ외의 도전에 직면하다 보면 초심을 잊어버릴 것이 우려된다. 일부러 강조하지 않아도 국민들은 항상 정치인들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되새겨야 한다.

둘째, 개혁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 눈앞의 선거 승리를 위한 전략에만 매달려 후진적인 승자독식의 정치구조를 바꾸려는 노력을 게을리 한다면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아무리 정치 상황이 긴박해도 연대ㆍ통합의 명분인 정치개혁을 누를 수 없다. 우리사회의 잘못된 낡은 관행을 수술하고 정치권의 양당제 기득권을 타파해 정치의 판을 다당제로 바꾸는 것은 시대정신이다.

셋째, 정파적 대결정치에서 탈피해야 한다. 최근 우리 정당정치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념과잉이다. 정당이 이념을 기반으로 정강과 정책을 만들어 선거 때 심판 받는 것은 자연스런 정치과정이다. 그러나 우리의 승자독식의 양강 대결의 정치구도에서 이념이 갈등을 증폭시키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거대정당들은 정책적 쟁점과 대안에 대해 생산적인 경쟁을 하지 않고 이념으로 편을 갈라 상대방의 입장에 대해 묻지마 반대를 일삼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념은 지역구도와 중첩되어 정당정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 중도개혁정당은 이념과 지역의 장벽을 뛰어넘어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한다.

넷째, 국민과의 약속을 존중해야 한다. 우리 정치인이 비판 받고 정치신뢰가 하락한 가장 큰 이유는 국민과의 약속을 잘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 간 우리 정당과 국회는 물론 거의 모든 대선후보들이 정당개혁, 국회개혁, 선거제도개혁을 약속했지만 지켜진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들의 국민과의 약속은 당의 위기를 극복하고 선거승리를 위한 땜질용 임시방편에 불과했고 약속을 못 지킨 것에 대한 사유와 사과는 들어보지 못했다. 중도개혁세력은 기성정당과는 달리 과감한 실천성과 책임성을 보여야 한다.

안ㆍ유 대표가 표방하는 중도개혁정당이 제3세력으로서 지속 가능해 지려면, 앞서 제시한 진정성, 개혁성, 탈정파성, 실천성의 원칙과 가치를 고수해야 한다. 그 동안 한국의 정당정치는 거대 양당의 기득권 독점과 이분법적 대결구도로 인해 심각하게 왜곡되었고 생산적인 정책경쟁이 아닌 이념과 지역주의에 지배당해 자생력과 국민신뢰를 상실했다. 정당ㆍ계파 간 벼랑 끝 싸움은 국민의 따가운 시선과 비판에도 꿈쩍하지 않는다. 중도개혁세력이 제3지대를 만들려는 움직임이 반가운 이유는 최악의 위기에 처한 우리의 정당정치가 그나마 회생할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연대와 통합의 과정이 어렵고 복잡하겠지만 중도개혁세력의 등장은 그 자체만으로 기득권 양대 정당에게 긴장과 자성의 기회를 주고 국민들에게는 변화와 개혁에 대한 희망을 주기에 한국정치사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ㆍ미래정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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