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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의 경고 처분, 법적 근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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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의 경고 처분, 법적 근거 없었다

입력
2018.06.22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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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허위자료 제출 사건에 95%가 ‘경고’… 솜방망이 처분 공정위, 뒤늦게 법 개정작업 나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8년간 법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 대기업의 허위자료 제출 사건에 대해 주로 ‘솜방망이’ 경고 처분만 내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실에 따르면 공정위가 2010~2017년 주식소유 및 채무보증 현황 등 신고자료를 제출하지 않거나 허위로 내 공정거래법 68조를 위반한 기업(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지주회사)에 제재를 가한 85건 중 81건(95.3%)이 ‘경고’ 조치였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권고ㆍ명령, 고발, 과징금, 경고 등의 처분을 내리는데, 경고는 가장 가벼운 수준의 제재로 사실상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실제로 지난해 3월 공정위는 2012~2015년 본인 소유 신세계 주식 일부를 퇴직 임원 명의로 신고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에 경고 조치만 내렸다.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도 계열사 공덕개발을 1992년부터 20여년간 차명으로 운영하다 적발됐지만, 2013년 9월 경고 처분을 받았다. 삼성(2013년) 현대차(2011년) SK(2013년) LG(2013년) 등 4대 그룹도 모두 경고만 받았다. 반면 이 기간 공정위가 허위자료 제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건은 부영(2017년6월) 현대(2016년10월) 롯데(2016년9월) 효성(2010년11월) 등 4건에 그쳤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안이 경미하거나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돼 내부 사건절차 규칙(고시)에 근거해 경고 처분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공정위가 불법행위를 인지하고서도 자체 종결(경고)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덮었다고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구상엽)는 20일 공정위 기업집단국과 심판관리관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이와 관련된 문서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공정위의 경고 처분은 법적 근거가 아예 없다는 데 있다. 공정거래법 68조는 대기업집단이 주식소유 및 채무보증현황 등을 허위로 제출한 경우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 조항엔 ‘경고’ 처분이 포함돼 있지 않다. 게다가 공정거래법은 ‘경고’ 처분이 가능한 법 위반 행위에 대해선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도 재벌 총수일가의 주식소유현황 허위신고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 때문에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박 의원은 “기업집단 관련 신고 및 자료제출 위반 행위는 벌금에 처하든지, 벌금에 처할만한 위반 사실이 없다고 판정하든지 두 가지 밖에 없다”며 “(공정위가) 경고 조치한 것 자체가 재량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이 같은 비판에 최근 법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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