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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열정 빼닮은 사제 “AI가 작곡했다고 믿어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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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열정 빼닮은 사제 “AI가 작곡했다고 믿어지나요”

입력
2016.05.2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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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작곡가를 개발한 성균관대 컴퓨터공학과 안창욱(왼쪽) 교수와 박사과정 정재훈씨. 안창욱 교수 제공
인공지능(AI) 작곡가를 개발한 성균관대 컴퓨터공학과 안창욱(왼쪽) 교수와 박사과정 정재훈씨. 안창욱 교수 제공

AI가 작곡한 음원 국내 첫 공개

안 교수는 연구위해 전공 바꾸고

정씨는 음악학원에서 작곡 공부

서서히 빨라지는 비트에 저절로 몸을 흔들게 된다. 지난 18일 음원 공유사이트 멜론과 지니에 공개된 일렉트로니카 음악 ‘grey’와 ‘cavity’는 마치 숨은 실력파 아티스트가 작곡한 것처럼 자연스럽다. 그러나 사실 이 곡들을 작곡한 ‘boid’는 성균관대 컴퓨터공학과 안창욱(39) 교수와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정재훈(29)씨가 개발한 인공지능(AI)이다.

국내에 AI가 작곡한 음악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최초다. 안 교수와 제자인 정씨는 3년 전부터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하는 ‘딥 러닝’과 ‘진화 연산’을 결합해 ‘AI 작곡가’를 개발해왔다. 여러 곡을 입력해도 그 곡들과 비슷한 음악만을 만들어내는 기존 작곡프로그램과 달리 작곡 AI는 입력된 음악의 규칙을 분석하고 음계를 조합해 수많은 곡을 만든 뒤 그 중에서 음악적으로 좋은 곡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바둑 대국을 통해 학습하고 진화하는 ‘알파고’처럼 ‘boid’역시 작곡을 하면서 더 진화된 음악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안 교수와 정씨의 연구는 음악에 대한 애정에서 시작됐다. 안 교수는 고등학교 때부터 기타를 치는 등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원생 시절에는 작곡 AI를 연구하기 위해 전공을 무선통신 네트워크에서 진화 컴퓨팅으로 바꿨을 정도다. 제자 정씨 역시 음악에 관심이 많았고, 2년 전부터는 ‘더 사람 같은’ AI를 만들기 위해 직접 실용음악학원에 다니며 작곡을 배우기도 했다.

좋아서 하는 연구였지만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안 교수 팀은 연구지원금을 받기 위해 여러 기관에 기획서를 제출했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공대에서 음악 작곡을 연구한다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인 데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같은 실용 분야에 연구비 지원이 몰렸기 때문이다. 지금도 두 사람은 외부지원금 없이 다른 연구사업에서 들어온 수익으로 작곡 AI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안 교수는 “실용성과 상관 없이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연구를 계속해왔다”고 말했다.

안 교수와 정씨는 앞으로 창업도 할 생각이다. 작곡 AI 연구를 계속한 뒤 광고나 영화 등 영상을 입력하면 거기에 맞는 음악을 스스로 작곡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목표다. 최근에는 미술 등 예술 전반에 AI를 접목하는 연구도 시작했다. 안 교수는 “작곡 AI가 스스로 멜로디를 작곡하지만 아직 편곡은 사람의 손을 거치고 있다”며 “3~4년 안에 인간에 견줄만한 능력을 갖춘 AI를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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