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송옥진 기자

등록 : 2017.10.13 04:40

승객 골라 태우는 카카오택시 꼼짝마

등록 : 2017.10.13 04:40

승차거부 민원 작년 3배 급등

국토부·서울시·카카오 제재 논의

목적지 표시기능 삭제는 무산

서울시가 카카오택시 기사들의 '승객 골라 태우기'를 막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기 부천에 사는 직장인 김모(31)씨는 회식으로 늦게 끝난 금요일 밤, 종로에서 택시를 잡기 위해 1시간 넘게 발을 굴렀다.

카카오택시는 물론 모범택시인 카카오블랙까지 불렀지만 택시는 잡히지 않았다. 김씨는 이날 택시 잡기를 포기하고 친구 집으로 갈 생각에 ‘건대역’으로 목적지를 입력하고서야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김씨는 “택시 기사에게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원래 시외론 잘 안 간다는 소리만 하더라”며 “카카오택시는 가장 필요할 때는 정작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카카오가 택시기사에게 특정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카카오택시의 ‘승객 골라 태우기’를 막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택시기사들이 심야 시간에 골목에 차를 세워놓고 원하는 목적지로 가는 콜(승객 호출)만 받는 ‘간접적인’ 승차거부가 늘고 있어 이를 막겠다는 취지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카카오는 근거리에서 콜이 발생했는데도 이를 받지 않고 외면하는 행위가 반복되는 경우, 해당 택시를 다음 번 배차에서 제외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다”며 “이번 달 안으로 적용 거리 등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어 국토교통부, 서울시와 함께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서울시, 카카오는 지난달 한 차례 관련 회의를 열었으나 큰 성과 없이 끝났다. 서울시는 이 자리에서 기사용 앱에 손님의 목적지가 보이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요구했지만 카카오 측 반발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관계자는 “승객을 골라 태우는 현상은 특정 시간대, 특정 지역서 일시적으로 발생한다”며 “카카오택시 이용객의 60%가 5㎞ 이내 단거리 승객”이라고 설명했다. 목적지 표출이 심야 시간 승차거부의 근본적인 원인이 아닌 만큼 카카오택시 서비스의 핵심인 이 기능을 없애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승객의 민원에 시달리는 서울시는 2015년부터 앱 상에서 목적지를 삭제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실제로 카카오택시 서비스를 시작한 2015년 3월 이래 승차거부 관련 민원은 급증하는 추세다. 시에 따르면 서울시의 카카오택시 승차거부 신고 건수는 2015년 57건, 2016년 180건으로 1년 만에 3배로 급등했다. 올해는 8월 현재까지 174건이 접수돼 이미 지난해 수준에 육박한 상태다.

승차거부로 인한 처벌 건수도 2015년 14건에서 지난해 61건으로 폭등했다. 승차거부로 적발되면 관련 법에 따라 1차에는 20만원의 과태료, 2차는 40만원의 과태료와 자격정지 30일, 3차는 60만원의 과태료와 자격취소의 처벌을 받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택시를 잡기 위한 승객들의 각종 꼼수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게 거짓 목적지를 입력하는 방법이다. 서울시내 한 법인택시 관계자는 “저녁 시간에 강남에서 수원으로 간다고 콜 해 놓고 막상 타서는 조금 가다가 목적지가 바뀌었으니 방배동이나 사당에서 내려달라는 방식”이라며 “목적지 표출 기능을 역으로 이용하는 손님들도 많다”고 말했다. 한 때는 택시 잡기 어려운 지역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목적지+1만원’ 식으로 목적지를 직접 입력하는 칸에 웃돈을 붙여 적어 콜을 부르는 게 성행하기도 했다. 논란이 되자 카카오는 이를 기술적으로 차단했다.

박병성 서울시 택시정책팀장은 “카카오택시와 관련된 분쟁 중에서도 승객 골라 태우기는 승차거부와 관련된 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이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다각도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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