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아동 대상 성범죄 엄벌커녕 절반이 집행유예 ‘솜방망이’

알림

아동 대상 성범죄 엄벌커녕 절반이 집행유예 ‘솜방망이’

입력
2017.09.15 04:40
0 0

13세미만 무조건 처벌 법규에도

선고유예 등 과반 실형 면해

재범률 10% 갈수록 높아지는데

국민 법감정과 거꾸로 처벌 관대

“美처럼 아동성범죄 집유 불허를”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지난해 4월 정모(61)씨는 제주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서 두 차례에 걸쳐 집 근처에 살고 있던 10세와 11세 여자 아이를 성추행했다. 정씨는 강간치상 혐의로 징역형까지 받은 전력이 있었지만, 법원은 정씨가 범행을 반성하고 있으며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2014년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12세의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최모(24)씨 역시 집행유예(징역 1년6월ㆍ집행유예 2년)를 선고 받았다. 역시 범행을 반성하고, 피해자와 합의를 했다는 점이 고려됐다.

현행 법이 미성년자의 ‘성적(性的) 자기결정권’을 만 13세부터 인정해 13세 미만에 대한 모든 성관계와 성추행은 이유를 불문하고 범죄로 처벌하고 있으나, 정작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들의 과반수가 실형 선고를 피하는 등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원행정처에서 제출 받은 ‘13세 미만 미성년자 대상 성폭력 범죄의 처벌(1심 기준)’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집행유예를 받은 비율은 45.4%(110건)으로, 선고유예(1.2%ㆍ3건)나 무죄(4.5%ㆍ11건)까지 포함하면 절반이 넘는 가해자(51.1%)들이 중형을 피했다. 실형을 면한 집행유예 이하 비율은 2013년 43.0%, 2014년 41.0%, 2015년 50.7%, 2016년 48.1% 등으로 해마다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우리나라 형법 제305조는 ‘13세 미만의 사람에 대하여 간음 또는 추행을 한 자는 강간(3년 이상의 유기징역), 유사강간(2년 이상의 유기징역), 강제추행(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 등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성년자라도 13세 이상이라면 ‘합의에 의한 성관계’가 인정되면 처벌할 수 없지만, 13세 미만인 경우 이유를 불문하고 의제강간 및 추행(강간ㆍ추행과 같은 것으로 간주)으로 성범죄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양형에서 비교적 가벼운 처분을 받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국민의 법 감정에 반할뿐만 아니라 성범죄 재범률 증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의 재범률은 2011년 5.9%(236명)에서 2015년에는 10.2%(419명)으로 치솟았다.

솜 방망이 처벌이 이어지면서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범한 경우에는 집행유예를 원천 방지하는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최근 국회에 제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과거에도 2009년 ‘조두순 사건’ 등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사회적 공분을 살 때마다 관련 법이 발의됐으나, 판사의 재량권 침해 및 현행 법도 형량 자체는 낮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반대에 부딪히며 번번이 폐기됐다.

선진국들은 아동 성범죄에 대해 훨씬 엄격하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성범죄에 관해서는 집행유예를 허용하지 않고 있고, 아동 성폭행범에 대해 영국과 스위스는 종신형을 프랑스는 최소 20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하고 있다.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의 사무국장은 “기계적인 양형 기준에 따를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아동ㆍ청소년이라는 상황을 고려해 피해아동 보호관점에서 형을 결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