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1년 GDP 2배 수준
42년 전 미국 실리콘밸리의 한 작은 차고에서 출발한 정보기술(IT)기업 애플이 민간 기업으로는 최초로 ‘꿈의 시총(시가총액)’인 1조달러를 돌파했다. 애플의 스테디셀러인 아이폰이 견고하게 성장의 한 축을 지탱하는 가운데, 디지털 콘텐츠 및 서비스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변화를 모색한 결과다. 애플이 1조달러 달성이라는 신기원을 열면서, 지난주 페이스북의 기록적 주가하락의 여파로 동반 추락하던 IT 우량기업들의 가치가 반등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블룸버그통신 등 미 언론은 2일(현지시간) 애플 주가가 미 뉴욕증시에서 1조달러 고지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이날 애플 주가는 전날보다 2.92% 상승, 207.39달러에 장을 마감하며 종가 기준 시총 1조17억달러(약 1,131조4,201억원)를 기록했다.
2007년 중국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차이나 시총이 1조달러에 잠시 도달한 적이 있지만, 민간 상장기업의 몸값이 1조달러를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아마존과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른 IT 기업들이 애플과 몸값 1조달러 레이스에서 각축전을 벌였지만, 결국 모두 시총 8,000억달러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1조달러는 인도네시아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규모와 맞먹고, 벨기에 GDP의 2배 수준이다.
애플은 1976년 스티브 잡스와 친구 스티브 워즈니악이 기업명과 동일한 이름의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 애플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이후 매킨토시의 성공으로 애플은 IT 업계에서 이름을 날렸으나 당시 최고경영자(CEO)였던 존 스컬리와의 불화로 잡스가 회사를 떠나고, 저가 컴퓨터가 대량 보급되면서 파산 직전까지 내몰렸다. 그러나 1997년 구원투수로 복귀한 잡스는 검은 터틀넥과 청바지를 입고 “기본으로 돌아가자”며 직원들에게 혁신을 독려했고,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 등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애플 신화를 써내려 간다. 2011년 잡스의 사망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최고경영자의 바통을 이어받은 팀 쿡이 탁월한 사업 수완을 발휘하며 애플을 성공궤도에 안착시킨다.
외신들은 애플의 성장 원동력을 멈추지 않는 혁신과 공백 없는 리더십에서 찾았다. 잡스가 혁신의 DNA를 심었다면, 쿡은 제조 공장을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전하는 등 비용을 줄여 수익을 극대화하거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며 사업 역량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쿡이 아이폰 판매를 중국 시장으로 확대시켰고, 서비스 산업에도 진출하면서 잡스 이후 새 히트 상품이 없다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애플이 앞으로도 성공 가도를 이어갈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의견도 상당하다. 당장 아이폰을 뛰어넘는 혁신 제품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애플 매출의 60% 이상을 아이폰이 차지하고 있다. 2015년 애플 와치를 선보였지만 시장의 반향은 크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간 고조되는 무역 갈등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애플의 매출과 제조는 신흥 시장인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WSJ는 “애플 제품 역시 고율 관세를 피해갈 수 없고, 판매 실적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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