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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서 외면하는 풍경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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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서 외면하는 풍경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

입력
2015.11.1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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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한국일보 사옥에서 열린 제48회 한국일보문학상 본심에서 심사위원 은희경(정면부터 시계방향으로) 정홍수, 김형중, 양경언, 신용목, 권여선, 서희원씨가 후보작들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8일 한국일보 사옥에서 열린 제48회 한국일보문학상 본심에서 심사위원 은희경(정면부터 시계방향으로) 정홍수, 김형중, 양경언, 신용목, 권여선, 서희원씨가 후보작들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고영권기자youngkoh@hankookilbo.com

섬세하고도 강직한 비평적 시선으로 올 한 해 문학적 성취를 이룬 작품을 가려내는 일은 중요하다. 하지만 소설이 사람살이의 면모와 속살을 전하고, 냉혹한 시대에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지속할 수 있도록 많은 작가를 격려하는 자리로서의 문학상이 지닌 의미도 가볍게 여길 수 없었다. 그 탓에 예심 이후 논의의 초점은 기(旣)수상 여부에 있었다. 결과적으로 심사위원들은, 한국일보문학상이 오랜 시간 제 깊이를 다질 수 있었던 이면에는 문학적 역량 외에 다른 어떤 잣대에도 심사 기준을 양보하지 않았던 고집이 있었다는 사실에 의견을 모았다. 예심에 오른 여덟 권의 단편집과 두 편의 중편 중에서 두 권의 단편집으로 논의가 좁혀졌다.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은 소설이 기존에 주어진 길이 아니라 제3 지대로서의 영역을 만들어갈 때 발휘할 수 있는 긴장을 품고 있다. 시적인 상상력으로 일구어내는 그 자리에서 작가는 언어로 충당할 수 없는 진실과 현재 삶에 방사형으로 펼쳐진 다종다양의 경계를 상대하며 이야기를 직조하고 있었다. 마치 어두운 강바닥을 고요하게 살필 줄 아는 날렵한 잠수부의 눈빛처럼, 이장욱의 소설은 인물과 상황 주변에 암약 중인 보일 듯 말 듯한 공기를 세련되게 응시한다. 한국문학의 낯선 지대를 더듬어가는 작가의 시도가 여전한 힘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앞으로의 작가의 행보에 더 큰 기대를 걸게 했다.

‘두 번의 자화상’은 우리가 익숙하다고 생각해서 살피지 않으려 했던 길을 소설이 돌아보도록 만들 때 발휘할 수 있는 중량감이 전해지는 작품집이다. 사라져가는 세계가 애초에 내장하고 있던 모호성을 작가가 잡아낼 때, 이는 작가 개인의 자기 갱신으로 이뤄낸 결과로만 보이지 않았다. 작금의 시대가 가리고 있었던 엄연한 현실의 국면이 저절로 살아나, 구체적인 활력을 생성하는 상황으로 여겨졌다. 마치 늦은 걸음으로 한밤중에 건물을 돌보는 경비원의 몸짓처럼, 세상이 쳐다보지 않는 문을 여닫으면서 전성태의 소설은 우리 삶에 계속해서 존재해왔던 풍경들을 굽어본다. 그를 통해 작가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이는 작가의 이전 작품집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성취다. 이장욱의 여전한 힘과 전성태의 한 발 더 나아간 성취 중에서, 심사위원들은 후자에 눈을 맞추기로 했다.

심사위원 은희경(소설가), 정홍수(문학평론가), 권여선(소설가), 김형중(문학평론가), 서희원(문학평론가), 신용목(시인), 양경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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