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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변호사의 법정 윤리

입력
2017.03.0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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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이 법정에 들어서며 목례를 하고 법관에게 경어를 쓰는 것은 법원으로 상징되는 사법권에 대한 존중을 표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변호사의 법정 예절은 법관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사법부에 대한 존중, 더 나아가 그 뒤에 있는 헌법과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존중에 기초한다. 변호사윤리규약 제35조 이하에서 ‘변호사는 사법권을 존중하여야 한다’라고 천명하며 변호사의 법정 윤리를 구체적으로 정한 것도 같은 취지다.

소송 업무를 수행할 때 변호사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변호사는 재판에서 의뢰인의 입장을 대변하고 옹호하는 한편,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수행해야 한다는 사법의 이념에도 충실해야 한다. 재판 과정에서 변호사에게 윤리적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위와 같은 두 가지 지위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때때로 변호사는 의뢰인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과정에서 사법기관으로서의 책임을 잊곤 한다. 그러나 변호사는 재판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이 점에서 변호사의 법원에 대한 윤리적 책임이 문제되는 것이다(이상수, ‘법조윤리의 이론과 실제’, 343-344).

변호사는 사법부의 권위와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 변호사는 법정의 내외를 불문하고 법원의 위신이나 재판의 신뢰를 해치는 언동을 삼가야 한다. 이는 구체적 사건을 담당하는 법관을 존경하기 때문이 아니라 사법 제도에 대한 시민의 일반적 신뢰를 손상하지 않기 위해서다. 재판 진행에 불만이 있는 경우에는 재판장에게 그 뜻을 적절하게 표시하여 재판장이 스스로 시정할 기회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고 외부에서 명예훼손성 발언을 하는 것은 변호사로서 당당하지 못하고 법조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도 적절치 않다(정태원, ‘변호사의 언어에 대하여’, 2014. 7. 7.자 대한변협신문).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변론과 시위 현장에서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한 언행이 큰 파문을 일으켰다. 문제된 발언과 행동은 당시 변호인단의 절박한 심정을 십분 감안하더라도, 그 정도가 지나치고 변호사로서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동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일부 신문 사설은 그런 언동이 “노조원이나 좌파 시민단체가 아니라 법치 수호를 가치로 삼는 보수적 변호인들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은 실로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으나, 이는 진보와 보수의 가치 여부를 떠나 법조인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다.

특히 원로 변호사가 이런 언행을 한 사실은 많은 법조인들에게 충격을 줬다. 법조인들이 변호사에 대한 법정 윤리 교육의 필요성을 거론할 때, 그 대상은 주로 법정 예절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변호사들이다. 그런데 이번 일은 법관을 역임하고 대한변협 회장까지 지낸 변호사 등에 의해 일어났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를 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변호사가 법과 변호사로서의 품위를 버릴 때, 우리 헌법이 천명한 사법권의 독립과 민주주의는 위태로워진다. 변호사를 ‘고용된 총잡이’라고 하지만, 그들의 더 큰 사명은 사회적 갈등을 법과 적법절차에 의해 해결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것이다.

우리가 교회에서 숭배하는 대상은 성직자가 아니라 제단 등으로 상징되는 신(神) 또는 절대자다. 이를 오해하여 인간 개인을 신앙의 대상으로 삼거나 그의 일탈에 근거해서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종교의 본래 뜻과 맞지 않다. 사법 제도도 마찬가지다. 변호사가 법관 개인을 비판할 수는 있으나, 그 행동이 법정 윤리에 부합할 때에만 법관 뒤에 있는 사법부의 독립을 지킬 수 있다. 또한 평화적 분쟁 해결 제도라는 사법의 역할을 고려할 때, 법정에서 사회적 갈등은 증폭되어선 안 되고 해결의 대상으로 취급되어야 하며, 사법기관인 변호사도 그 해결의 책임을 진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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