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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24시] 문신자 공중목욕탕 입장 허용 놓고 혼란

입력
2017.04.30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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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문신 외국인 관광객 늘며

‘제한 안 된다’ 각의 결정 불구

“조폭 출입 가능성에 시민 불안”

목욕업계 반발에 관광청 난감

용 문신. 한국일보 자료사진
용 문신. 한국일보 자료사진

일본을 찾는 외국인관광객이 크게 늘면서 목욕탕 업계가 일대 혼란에 빠졌다. 일본 정부가 지난 2월 몸에 문신을 했다는 이유로 공중목욕탕 이용을 제한할 수 없다는 답변서를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문화나 패션차원에서 문신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업계 측은 “폭력조직원도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어 일반손님의 불안감과 거부감이 크다”며 “정부정책은 시기상조”라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관광객수는 전년대비 21% 증가한 2,400만명에 육박했다. 덕분에 일본경제가 활기를 띠고 있지만 반대로 온천ㆍ목욕탕업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일본의 목욕탕은 문신을 한 사람을 입장시키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 문신을 한 외국인들과 마찰을 빚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게 정부 조치의 배경이다. 교통비를 돌려달라는 반응도 있다고 한다.

일본 공중목욕탕법은 공중위생 관점에서 전염병 보균자의 입장을 거부하거나 욕조를 불결하게 하는 행위를 금지토록하는 것을 영업자 의무사항으로 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정부는 문신은 위생면에선 영향이 없어 손님거부 이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강제성은 없으며 목욕허용 여부는 영업자의 몫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일본온욕진흥협회가 2015년 이용자 1,2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문신을 한 사람에 대해 49%가 ‘불쾌하다’, 24%는 ‘무섭다’고 답했다. 여전히 부정적 의견이 많은 셈이다. 협회 측은 “문신이 사회적으로 인정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부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반면 사이타마(埼玉)시의 ‘목욕카페 utatane’는 시설 측이 마련한 살색 스티커(가로 12.8cm, 세로 18.2cm)로 문신을 가리는 조건으로 입장시키고 있다. 외국인뿐 아니라 일본 젊은층도 패션용 문신을 새긴 사례가 많아 이곳에선 월평균 20명이 스티커를 붙이고 입장하는 추세다. 다만 다른 손님들의 반대를 우려해 시험 운영이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공공성이 높은 시설에 차별을 두면 안 된다는 논리도 편다. 2013년 홋카이도(北海道)에선 뉴질랜드 마오리족 원주민 여성이 얼굴에 문신을 했다는 이유로 목욕탕 입장을 거부당해 논란이 됐다. 전통언어에 관한 회의 참석차 일본에 온 60대 교수였다. 이를 계기로 폭력조직과 관련이 없는데도 입장을 막는 것은 편견에 근거한 차별이란 주장이 관심을 받게 된 것이다. 더욱이 2020년 도쿄올림픽을 준비하는 일본 관광청은 외국인들이 일본에 와 가장 기대하는 방문지가 온천과 목욕탕이라며 업계 반발에 난감해하고 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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